철강업계, 포트폴리오 확장 가속화…"지속가능성 높여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철강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업황 강세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추가적인 수익성 향상을 위한 루트를 넓히고 있다.

12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톤당 160달러까지 높아졌던 글로벌 철광석값은 지난달말 13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140달러를 회복했다. 이는 6개월 전과 비교하면 50달러 가량 높은 것으로, 철강사들이 이를 판가에 반영하면서 실적도 개선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올 1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철강부문 영업이익(1조647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3.4%, 현대제철(6974억원)은 129.5% 증가했다. 동국제강도 2058억원을 기록하는 등 같은 기간 88.1% 개선됐다.

최근 한국철강협회가 '친환경에너지강재위원회'를 발족하고,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제강·동양철관·아주스틸을 비롯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등 업계 차원의 포트폴리오 확대도 이뤄지고 있다.

이는 각국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커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위원회는 태양광·풍력 등의 발전설비에 국산 철강재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씨에스윈드를 비롯한 업체들이 포스코 등의 후판을 활용해 풍력타워용 구조물을 제작하는 중으로, 현대제철도 제주한림해상풍력 프로젝트에 1만2000톤 상당의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다음달부터 네덜란드 하트에 '포스루프(PosLoop) 355'를 공급하는 등 하이퍼루트 튜브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포스루프355는 포스코가 타타스틸 네덜란드와 개발한 열연강재로, 2025년까지 2100톤이 납품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도물량 275톤 중 63톤은 세아제강에 공급될 예정으로, 직경 2.5m의 튜브를 조관한 뒤 네덜란드로 옮겨질 예정이다.

하이퍼루프는 대형 진공튜프 속에서 자기부상 캡슐을 시속 1000km 이상의 속도로 운행하는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1km당 진동·충격에 강한 철강재 2000톤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포스루프355가 일반강 대비 진동 흡수능력이 1.7배 높고, 내진성능도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초저온 철근 인장시험 설비를 구축했다. 이는 -170℃의 환경이 유지되는 육상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에 적용되는 고부가가치 강재지만, 지금까지 해외에 시험을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이번 설비 도입으로 시험 비용을 줄이고 소요기간도 7일 이내로 단축하는 등 경쟁력을 높여 국내외 LNG 저장탱크 시장 내 입지를 다진다는 목표로,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위해 세계 최초로 1.8기가파스칼(GPa)급 프리미엄 핫스탬핑강도 양산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국내 최초로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용기(CASK)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아베스틸은 3년간 제품 설계와 조립 및 열 전달 테스트를 비롯한 과정을 거쳤으며, 2050년 5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다는 방침이다.

세아베스틸은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되는 CASK 품질 테스트 등에 참여했고,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사용후핵연료 심층처분시스템 처분용기도 개발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베트남 호치민시 인근에 위치한 스틸서비스센터(VSSC) 지분 15%를 인수하는 등 동남아 프리미엄 컬러강판 신수요 발굴에 나섰다. 스틸서비스센터는 코일 형태로 출하되는 강판을 고객이 원하는 사이즈로 잘라주는 시설로, VSSC는 정상 가동시 연산 7만톤급 가공이 가능하다.

동국제강은 2분기 중으로 바리아붕따우성 푸미공단에서 본격 운영에 돌입하고, 컬러강판 '럭스틸'을 앞세워 고급 건축자재 시장 등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철강제품은 33억7000만달러(약 4조3570억원) 수출되는 등 역대 4월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업황 호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도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을 비롯한 글로벌 무역장벽에 따른 실적 저하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