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보수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18일, 첫 국가 공식 행사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국민 통합'을 다짐했다. 지방선거를 2주 앞두고 광주에 울려 퍼진 보수 여당의 통합 행보에 호남 민심이 움직일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오전 진행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그동안 보수 정부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등 참모진, 각 부처의 장관(국무위원),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그동안 진보 정권에서만 '제창'의 형식으로 불렸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 함께 '제창'한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소설가 황석영이 시민사회운동가 백기완이 쓴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작사, 당시 전남대 재학생이던 김종률 씨가 작곡하면서 1981년에 만들어졌다.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집회를 시작할 때마다 열사들에게 바치는 묵념과 함께 불리면서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유가족들과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5공 이후 금지곡이었던 이 곡은 5·18 민주화운동이 공식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금지곡에서 해제됐고, 이후 2008년까지 5·18 기념식에서 ‘제창’(참가자 전원이 부르는 방식)됐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국론 분열을 이유로 ‘합창’(행사에 참석하는 합창단이 중심이 돼서 원하는 사람만 부르는 방식)으로 불렀고, 2009년에는 공식식순에서 아예 제외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다시 합창 형식으로 부르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다시 제창으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5·18 유족 등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앞뒤로 흔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한동훈 법무장관 등도 함께 행진곡을 힘차게 불렀다. 보수 정부 대통령이 5·18 추모곡이자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이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며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며 "그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전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인데 대해 호남 민심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내에서는 호남 표심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18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보수 정당에서 100명 정도의 국회의원을 대동하고 (광주에) 내려갔던 전례가 없다"며 "역사적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영호남 국민 통합을 위한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이 보수정당으로서는 전두환 노태우 정부 이후 가장 높은 득표를 받을 거라 확신한다"며 "광주 전남 광역단체장부터 기초단체장까지 전부 유의미한 득표율을 거둘거라 확신하고, 호남쪽 지자체 시·군·구의회 기초의원, 광역의원에도 국민의힘 의원이 일부 포함되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박종철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 사무처장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 장관들 다 오셔서 광주에 오심으로 인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선 때 보다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며 "(지방 선거에) 출마한 후보님들 같은 경우도 굉장히 많은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다.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특히 오늘 보수 여당 대표와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까지 모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는데, 지역(광주) 시민들이 굉장히 많은 호응을 하고 있다. 분위기가 바뀌는 상황이 된 건 확실하다"라며 "젊은 층에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통합 메시지 내신 이후에 이곳 (광주)분위기가 국민의힘에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나경균 전북당협위원장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파격행보에 "호남 사람들이 (보수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지방선거에서 민심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있다"며 "호남 민심에 긍정적 시그널이 온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나 위원장은 "예전에는 민주당을 지지하시던 광주시민들의 시선이 상당히 곱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리 생각들 하시고 지역민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2~3주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지지층 결집현상으로 어려웠는데 윤 대통령 취임 후 컨벤션 효과 등이 상당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지지율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