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연구원은 “현재 해외출판도 준비 중이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자동차 전문칼럼리스트들이 ‘방대했던 자동차 분야의 역사가 잘 정리돼 있다’고 평가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며 “한 매체 기자는 자신이 자동차 분야를 ‘자동차 제국’으로 공부하고 있다면서 책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2~2013년 연속 자동차 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히고 자동차 전문서적까지 출간했지만 그가 자동차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학시절 유럽여행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됐다. 첫 번째 여행은 유레일패스를 통해 기차로 다녀왔다.
군대를 전역한 후 또 가고 싶은 마음에 3~4개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 다시 유럽여행을 떠났다. 이 때 활용한 것이 비유럽인에게 허용됐던 '푸조 리스 프로그램'이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가 자동차와 보험을 제공하면서 유럽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스웨덴에서 노르웨이 국경을 넘어갈 때 시속 80km를 넘어 달리다가 황소만한 순록이 튀어나와 죽을 뻔 했다.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200km 넘게 속도를 내기도 했다”며 “AC밀란의 축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1000km 거리인 독일 뮌헨-이탈리아 밀라노를 하루 만에 질주하다 사고가 났다. 하지만 보험이 잘 돼 있어 사고 수습이 잘됐고 여러 대의 차도 몰아보면서 자동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들과 여행정보제공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유럽여행 안내 소책자도 만들어 배포하고 배낭여행 설명회도 개최했다. 하지만 학업과 같이 병행하기에는 힘이 버거웠다. 최 연구원은 “당시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창업보다는 제도권 직장에 들어가는 게 당연시 되던 때였고 세일즈 마케팅 등등을 다 해야 했다”며 “대학생 입장에서 자금이 없었다. 인맥도 약했다”고 설명했다.
여행사는 접었지만 모터쇼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자동차에 대한 애정은 그대로 지니고 있던 최 연구원은 대학졸업 후 외국계 투자은행에 들어가는 현실적 선택을 했다. 이후 LIG투자증권에서 안수웅 리서치센터장(현 SK증권 리서치센터장)에 일을 배우면서 자동차를 다시 접하게 됐다.
안 센터장은 기아자동차 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지냈고 자동차업종 연구원으로 이름을 유명했던 사람이었다. 안 센터장에 일을 배우면서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다시 뜨거워졌다. 양기인 리서치센터장의 제의로 신한금융투자 이직 후에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히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게 됐다.
사실 최 연구원의 ‘마니아 기질’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아버지는 KPGA 프로 출신인 최영수 야디지코리아 회장. 최 회장은 필드에서 라운드 시 근거리 무선통신(NFC)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 ‘골프야디지’를 개발했다.
이 앱은 최근 갤럭시S6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등 골프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 회장은 일반 골프에 관심이 많았던 일반 직장인이었지만 취미에 그치지 않고 골프장 코스 데이터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 서울 강남 삼성동 전 한전부지 항공사진./사진=현대차 |
한편 최 연구원은 자동차 전문 연구원으로 현대차의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인수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미 거대하게 성장한 현대기아차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이럴 때에는 인수합병(M&A) 중요하다”면서 “지난 2008년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때 10조원 정도를 사용했는데 판매 대수 300만대가량의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면 현대기아차는 세계 판매대수 1위 업체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경영은 정말 잘한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공장 건설 등 정 회장의 의사결정이 저돌적이고 빠르다는 건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그만큼 오너의 결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며 “지금 인수할만한 회사가 없지만 앞으로는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기아차를 인수한 것처럼 M&A를 시도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자동차가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이동수단이지만 자신만의 공간이다. 집은 전세를 살아도 대부분 자동차는 소유하지 않나”면서 “앞으로 친환경이나 무인자동차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