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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업가정신’에는 수식어가 필요 없다

2022-05-25 14:13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기업이 우리 사회에 할 수 있는 최대 공헌은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다. 좋은 물건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또 다른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자리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중 하나다. 그 외에 요구되는 ‘사회 공헌’이라 불리는 항목들은 그야말로 부차적인 거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일자리야말로 기업이 사회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이자 공헌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기업의 본질이 이윤 창출에 있고, 기업이 성장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하는 거다. 나쁜 기업은 사회 공헌을 안 하는 기업이 아닌 부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이다. 

말이 쉬워 좋은 물건이지 좋은 물건을 만든다는 것은 심오한 일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 모두 기업의 고군분투 과정에서 생산된 제품들이다. 볼펜부터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반도체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제품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내는 기반을 전문용어로 ‘기업가정신’이라고 한다. 기업가정신을 통해 기업을 일구는 것은 예체능과 마찬가지로 재능을 요하는 일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과 성실함으로 커버가 되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그때부턴 감각의 영역이다. 동네 맛집부터 중소기업,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삼성‧LG 모두 기업가정신의 산물이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 역시 1세대 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일각에선 기업인들을 장사꾼 내지는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 폄훼하기도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찬사다. 흉내 낼 수 없는 그 본능적인 장사꾼 기질로 아무 것도 없던 대한민국에 기적을 심은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양질의 일자리를 어마어마하게 창출해내니 이보다 더 큰 공헌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기업에 요구하는 게 많다. 법적 책임, 도덕적 책임을 넘어 온갖 사회적 문제를 기업의 의무로 돌린다. 그것 또한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업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윤 창출이라는 본질만 해내면 그것으로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것이다. 

문제는 그 법이 기업에 불리하다는 것이 많다는 점인데, 그것 역시 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기업에 대한 오해는 법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출범한 기업가정신에 ‘신’자가 붙은 협의회 또한 이런 오해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지 다소 우려가 된다.

조우현 산업부 기자

국내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이 참여해 출범한 신기업가정신협의회는 선언문을 통해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하는 과거의 역할을 넘어 고객은 물론 조직구성원과 주주, 협력회사와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 관계자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선언, 실천하고자 한다”고 했다.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이윤 창출을 하는 역할 안에 이미 조직구성원과 주주, 협력회사와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 관계자들을 소중히 여기고 발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마치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다고 하는 것처럼 들려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의 본질에 대한 설득이 있었다면. 기업가정신 앞에 ‘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쉽게 ‘부자’, ‘재벌’이라고 부르는 기업 오너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들의 어깨에는 기업의 운명 뿐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의 가족, 나아가 국가의 발전까지 달려있다. 이미 존재만으로도 사회에서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기업가정신에 수식어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기업가정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덕목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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