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1기 신도시가 6·1지방선거 뇌관으로 떠올랐다. 선거가 5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하루라도 빨리 정비사업 추진을 원하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경기도 성남시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은혜(국민의힘), 김동연(더불어민주당) 등 경기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등 주요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잇따라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은혜 후보는 교통·건축·환경·경관 등 각종 심의를 통합 운영해 재건축 소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1기 신도시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각종 규제 완화와 순환 정비 방식을 통해 전셋값 상승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후보도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용적률 상향과 안전진단 문제 해결 등을 약속했다.
분당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후보도 특별법 조기 입법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고양시장에 도전하는 이재준 민주당 후보도 1기 신도시에 대한 도시계획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기 신도시 현장을 찾아 특별법 연내 처리를 다짐했다.
지방선거를 5일여 앞두고 연일 1기 신도시 관련 공약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사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는 미온적인 분위기다. 수장인 원희룡 장관이 1기 신도시 특별법에 ‘형평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어서다.
원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도시는 1기 신도시만을 접근하지 않는다”며 “다른 지역과 형평성을 고려하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시내는 시내대로, 1기 신도시는 신도시대로, 수도권 내 노후화가 진행된 곳은 그곳대로 전체적인 질서와 특성에 맞게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종합적으로 계획을 짜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 회계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변경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속도조절론’을 꺼낸 것이다.
주민들은 어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난감한 분위기다. 지난 1990년대 고양 일산, 성남 분당,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에 형성된 1기 신도시는 준공 30년을 맞았다. 그러면서 노후화로 인한 상·하수도관 부식, 층간소음, 주차난 등 문제로 주민들이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유 용적률 부족, 초과이익환수제 등을 이유로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늘어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재건축 불씨를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형평성과 집값 상승 등을 이유로 신중을 기하는 정부의 태도에 주민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일각에선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에도 정치인들의 표심 전략에 1기 신도시가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용적률 상향이 쉬워 보이지만 도시공학적으로 치밀한 계산을 통해 정해진 것”이라며 “이걸 변경하려면 수많은 계산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1기 신도시 특별법의 경우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지역별, 입장별로 얽힌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추진이 만만치 않다”며 “중요한 건 이런 정치인들의 말 한 마디에 금방 (재건축이) 될 줄 알고 무리하게 집을 사는 등 피해자가 생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