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엔데믹 상황에 따라 항공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혀 공급 완화에 따른 항공권 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러시아 영공 우회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인천공항 항공 규제를 오는 8일부터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 총리는 "현재 인천공항은 항공편수와 비행 시간을 제한하고 있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항공 수요에 따라 항공편이 적기에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국제선 조기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2020년 4월부터 시행해온 시간당 인천공항 항공기 도착편수(슬롯) 제한과 오후 8시부터 오전 5시까지의 비행 금지 시간(커퓨)을 2년 2개월만에 철폐한다.
대한항공 B787-9 드림라이너./사진=대한항공 제공
이 같은 규제는 항공권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억눌렸던 여행 수요에 대해 항공사들이 방역 당국의 행정 조치 탓에 좌석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인천-런던 간 대한항공 왕복 운임은 이달 최저 266만4400원, 최고 413만4400원에 이른다. 2019년 200만원 선이었던 것에 비하면 최대 2배 가량 오른 셈이다.
관계 당국은 코로나19 창궐 이전과 같은 인천공항 24시간 운영 체제로 항공권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선 규모도 당초 매월 주당 100~300회씩 단계적으로 증편한해 2019년 대비 50% 수준까지 회복시킨다는 계획이었으나 최근 급증한 항공 수요와 코로나19 안정세 등을 종합 고려해 운항 규모를 확대한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국토부는 6월 국제선 증편 규모를 원래 계획보다 늘려 주 230회 증편했다. 오는 8일부터는 증편 규모 제한 없이 수요에 따라 항공편을 공급한다.
이처럼 항공 관리 당국이 항공권 가격 안정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인천공항에서 유럽으로 가는 장거리 노선에는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러시아가 한국을 포함한 서방 국적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기약 없이 막아서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핀에어 등은 북극이나 중국-카자흐스탄-터키 등 우회 항로를 통해 유럽행 비행편을 띄우고 있다. 인천발 암스테르담행 항공편은 평소 대비 왕복 4시간 30분 가량 더 걸린다.
통상 연료비는 항공사 매출 원가 중 25~30%를 차지한다. 항로가 길어짐에 따라 유류비의 상당 부분은 할증료 명목으로 고객들에게 전가된다.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1주일 새 항공유가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평균 7.9%, 1년 전보다는 114%나 올랐다.
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학부 교수는 "원론적으로는 공급을 늘리면 수요와 공급 곡선에 맞춰 항공권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가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 확인 절차를 유지한다고 해 관광 수요가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지는 의문이고, 공급도 따라주지 않으면 고비용 체제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근본적으로 러시아 영공 통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비용을 수반하는 원가 구조를 깨기 어렵다"며 "유럽행 항공권 가격 하락세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