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드라마틱한 전개였다. 6월 1일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새벽 5시 31분 경기도지사 개표가 96.6%까지 진행된 순간,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역전하면서 13 대 4였던 전체 광역단체장 스코어가 12 대 5로 바뀌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규정짓는 숫자들은 많다.
전국 1만 4465곳 투표소에서 광역단체장 17명·교육감 17명을 필두로 기초단체장 226명·광역의원 779명·기초의원 2602명 등 총 3641명을 향후 4년간의 지역 일꾼으로 뽑는다. 여기에 국회의원 보궐선거 7석이 함께 치러졌다.
시기적으로는 지난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 후 석달(84일)만에 열리는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기준으로는 3주(22일) 만에 여야 자리를 맞바꿔 전국단위 선거를 치른 것이다.
선거일인 1일 오후 7시30분 기준 전국 유권자 4430만 3449명 중 2256만 7894명이 투표했다. 최종 투표율 50.94%는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6월 1일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확정이 된 후보자에게 당선 스티커 부착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지방선거 최대 타이틀이라 할 수 있는 광역단체장 17명이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발돋움할 잠룡을 걸러내는 동시에 각 지방정부의 수장을 뽑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 성적은 새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나가고 있었지만 막판에 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대역전극을 펼쳐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압승'이라기 보다는 '완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경기지사 자리를 수성하면서 참패를 면하고 완패에 그쳤다.
이번 경기지사 선거에서 대역전극이 펼쳐진 배경은 다소 늦게 개봉된 사전투표함과 부천시·안양시·의정부시 등 민주당세가 큰 일부 지역에서 김동연 후보가 앞서나가면서 부터다.
김은혜 후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컨벤션 효과라는 호기에도 무소속 강용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외면하고 막판 재산 축소신고 논란에 발목 잡혀 다 잡았던 승기를 놓쳤다.
경기를 제외하고 인천시·대전시·세종시·충청남도 등 나머지 접전지 4곳은 모두 국민의힘이 석권했다.
민주당은 텃밭 호남 3곳·제주도에서만 승리를 확정지었다. 가까스로 대역전극에 성공한 경기지사까지 합해도 5곳이다.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결과는 전국의 유권자들이 '정권 견제론' 보다는 '정권 안정론'에 힘을 실어준 결과로 읽힌다.
민주당은 '완패'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당분간 패배 책임론과 당내 쇄신론을 놓고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계양을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서 원내로 들어가겠지만,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의 책임도 피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친이재명계 박홍근 원내대표가 버티고 있지만 이재명 후보가 의원으로서 당권을 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시행된 6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인천시 계양구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발표하기 직전,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반면 국민의힘은 오세훈 후보가 사상 초유의 4선 서울시장이 되면서 지방선거 최대의 수혜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성남분당갑에서 뱃지를 달게 된 안철수 후보 또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대선 직후 보궐선거라는 점에서 오 후보 다음이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인천계양을·제주을 2석만을 갖고 가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국민의힘은 대구수성을·성남분당갑·원주갑·충남보령서천·경남창원의창 등 5석을 석권하면서 국회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집권여당 민주당이 14곳을 휩쓸고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곳에서만 당선됐다(나머지 1곳은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4년만인 2022년 선거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는 강력한 국정 운영 드라이브를 걸 동력을 얻었다. 민주당으로서는 인천계양을과 경기도를 수성하면서 자존심을 지켰지만, 향후 '586 축출' 등 당 내부 쇄신이라는 더 큰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