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5일 오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8분경부터 9시 43분경까지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각각 2발씩 쏘았다.
북한이 8발의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한 것은 이례적이며, 지난 5월 2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두 발을 섞어쏘기한 이후 또 다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진행 중인 다양한 종류의 소형 전술핵탄두 개발 계획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최근 한미 및 한미일의 북한 무력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방침에도 불구하고 강대강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강력한 입장을 나타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섞어쏘기 행태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4월 25일 인민혁명군 창건기념열병식에서 공언한 ‘핵무력 강화로 각이한 작전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한미 및 한미일의 강도 높은 합동군사훈련 상황을 선제공격훈련으로 규정하고, 김 총비서가 공언한 대로 선제적으로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북한은 지속적으로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핵미사일 전력을 갖추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고, 소형화된 핵탄두를 직접 실현하기 위한 7차 핵실험 강향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전날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포 17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3일 발사와 관련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현장에 참관해 발사 전과정을 지도했다고도 전했다. 2022.3.25./사진=뉴스1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35분만에 8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연속적인 공격으로 한미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날 8발의 SRBM 발사는 지난 2일부터 사흘간 한미가 일본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상에서 핵추진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을 진행한 것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로 보인다. 이번 한미의 해군이 핵항공모함을 동원해 실시한 연합훈련은 2017년 11월 이후 4년 7개월만에 이뤄졌다.
북한이 한미훈련에 맞대응하면서도 순안에서 진행 중인 신형 ICBM 성능 보완시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란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지난 3월 화성-17형을 발사하고 홍보영상까지 만든 북한이 미사일 성능을 개선하고 있으며, 특히 지금까지 해온 고각발사가 아닌 실거리 발사가 가능하도록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발사로 데이터를 수집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지난 3월 발사한 화성-17형에 대해 개인적으로 실패했다고 보지 않고 성능을 향상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한미 정보당국이 위성 등으로 지켜보고 있는 사실을 아는 북한으로서는 신형 ICBM 개발을 은밀하게 진행해야 하고, 이런 상황을 노동신문 등에 공개하지 않는 것도 정상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8발의 SRBM 동시 발사는 최소한 4곳 이상에서 분산 발사한 것으로 보이며, 최근 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섞어 쏜 것도 ICBM 발사 상황에 대해 우리측에 혼란을 주고 정보누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의도라면 북한의 다음 도발은 ICBM 발사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쏜 SRBM에 대해 비행거리는 약 110㎞에서 670㎞, 고도는 약 25㎞에서 90㎞, 속도는 약 마하 3에서 6으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번에 북한이 여러 지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NSC 참석자들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윤석열정부 초기 안보태세에 대한 시험이자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