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당면과제 풀겠다는 강석훈, 출근길 저지나선 노조…산은 노사갈등 '점화'

2022-06-08 13:33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신임 한국산업은행 회장에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이 마무리하지 못한 관리 기업들의 구조조정 문제부터 정부의 국정과제인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완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산은 노조가 강 신임 회장의 출근길을 막는 단체행동에 나선 만큼 당분간 노사갈등이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신임 산은 회장에 강 교수를 임명·제청했다. 강 신임 회장은 오랜 기간 국제금융 환경 분석 및 금융·경제 정책을 연구한 정책금융 전문가로 불린다. 국회의원 재임 시절부터 정책금융의 역할 재정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한 점에서 산은 회장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신임 한국산업은행 회장에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내정됐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강 신임 회장은 전날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산업은행 전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취임 소감을 밝혔다. 

현재 산은은 이 전 회장이 마무리 짓지 못한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쌍용차 재매각 등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산적하다. 대우조선은 매각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원회는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기술이 독보적인 두 회사가 합병하면 시장 독점으로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여파로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79%에서 523.2%로 144.2%포인트(p) 급증했다.

KDB생명은 최근 대주주 변경이 무산되면서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받았다. 대주주 변경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업기반이 위축됐고 자본적정성 관리부담이 높아진 까닭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13일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는데, 이 회사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보험사 대주주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JC파트너스는 산은과 KDB생명 매각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었다. 이로 인해 산은은 JC 측과의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상태다. 

쌍용차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이 해제되는 등 매각 전망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최근 KG그룹-파빌리온PE 컨소시엄이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고, 지난달 18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이 최종 인수자가 될 경우 산은과 협상을 거쳐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보다 큰 문제는 강 회장이 산은 직원들을 설득해 정부 국정과제인 본점 부산 이전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을 막기 위해 이날 오전 8~9시께 출근하려는 강 회장의 출근길을 저지했다. 강 회장은 끝내 은행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가 은행장 출근길을 막은 사례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대표적이다. 산은 내부에서는 기은 사례보다 훨씬 첨예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다 내려온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출근길을 저지당했지만, 강 회장은 본점 직원들의 최대 민감 사안인 '지방이전'을 관철해야 하는 까닭이다. 강 회장이 노조를 설득할 만한 유인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부산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일부 직원들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대선 이후인 지난 4월까지 산은의 '허리'를 맡고 있는 3~5급의 중간라인 10명 내외가 산은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채용건수가 몰려있는 만큼, 직원들의 대규모 이탈이 예상된다는 후문이다.

강 회장에 대한 산은 내부 직원들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강 회장이 과거 정책금융 전문가로 일한 경력이 있는 점을 기대하면서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구조조정 이슈부터 전임 회장이 쭉 해 온 신사업 육성, 산업재편 등 다양한 분야를 현명하게 원활하게 해줄 수 있는 회장이 오길 바랐다"며 "지방이전 이슈도 잘 해결할 수 있는 분이 되길 바라는데 오늘 출근도 못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강 회장이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집무 시작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지난 7일 임명됐지만 본격적인 임기는 취임식을 가진 날로부터 3년 간이다. 노조와의 타협을 거쳐 무탈히 출근해야 본격적인 업무에 임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노조가 출근길 저지투쟁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사문제가 해결돼야 본격적인 취임식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관계자는 "(강 회장의) 임기는 과거 사례를 돌이켜 볼 때 은행에서 취임식을 거쳐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노조가 (출근길을) 저지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승 산은지부 노조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은 인사가 산업은행의 회장으로 낙점됐다"며 "정책금융의 방향성이나 산은의 자율·책임경영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는 더욱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은 본점 지방이전하겠다는 낙하산,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겠다"며 "오늘 내정된 내정자가 본점 지방이전 미션을 부여받고 올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그리고 우리가 그의 산은 출입을 단 한 발짝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더욱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