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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한-일항로 해상운임 담합에 '철퇴'...과징금 800억원

2022-06-09 14:43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6년여간 한-일 항로 컨테이너 해상운임을 담합한 15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철퇴'를 가했다.

한-중 항로 운임을 담합한 27개 선사에 대해서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내리기로 했는데, 양국 정부의 '해운협정' 효과로 분석된다.

올해 초 한∼동남아 항로 해운 담합에, 10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물린 지 약 다섯 달 만이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고려해운·장금상선·남성해운 등 국내 선사 14곳과 외국 선사인 SITC 등 총 15개 선사는 지난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한-일 항로의 운임을 담합했고, 이 중 팬스타라인닷컴을 제외한 14개 선사는 한-중 항로에서의 짬짜미도 적발됐다.

이들은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 운임을 인상하거나 유지할 목적으로 최저운임(AMR), 부대운임의 신규 도입과 인상, 대형 화주에 대한 투찰 가격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선사의 기존 거래처를 뺏지 않기로 합의, 경쟁을 제한하기도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미디어펜 윤광원 기자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선박을 이용하거나 합의된 운임을 따르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했는데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화주에 대해서도 운임을 수용하겠다는 서면 답변서를 받을 때까지 선적을 거부, 운임 인상을 관철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임 합의를 어긴 선사에는 6개월간 선복 제공을 중단하고 위반이 누적되면 공동운항에서 제외하는 등의 벌칙을 적용했고, 운임 합의 실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중립감시기구 등의 이름으로 감사를 시행하며 벌과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한일 항로 담합으로 선사들은 2008년 한 해만 620억원(비용 절감 120억원·추가 부대비 징수 500억원)의 수익을 달성하는 등, 운임 수입을 늘리고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또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의 준수를 독려한 한국근해수송협의회(한근협)와 황해정기선사협의회(황정협)에 대해서도 사업자 단체 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한일 항로 담합을 지원한 한근협에는 시정명령과 함께 2억 4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한중 항로의 황정협에는 시정명령만 내렸다.

동남아, 중국, 일본 항로에서 이뤄진 담합의 형태가 유사한데, 한-중 항로 담합 행위에만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고, 시정명령에 그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정위는 "한-중 항로는 양국 정부가 해운협정(국제조약)과 이에 따른 해운회담을 통해. 선박 투입량 등을 오랜 기간 관리해온 시장으로서, 공급물량(선복량) 등이 이미 결정돼 운임 합의에 따른 경쟁제한 및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조국장은 "공동행위의 유형이나 형태, 내용 등은 한-동남아, 한-일, 한-중 모두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한-중 항로는 양 정부가 공급량을 제한해 어느 정도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운임 담합을 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쟁제한 효과나 피해,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와 해양수산부는 이 사건 담합이 해운법상 공동행위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한-동남아 항로 제재 때와 마찬가지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해운법상 공동행위가 되려면 절차적으로 공동행위 이후 30일 이내에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 전에 합의된 운송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협의해야 한다며, 내용적으로도 부당한 운임 인상으로 인해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공동행위는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화주에 대한 보복, 합의를 위반한 선사에 대한 각종 페널티 부과 등 내용적인 한계도 크게 이탈했으므로,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선사들은 운임 담합과 기거래 선사 보호, 선적 거부 등의 행위가 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행위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수부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위원들이 해운 운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제재로, 공정위의 정기 컨테이너 선사 운임 담합 조사는 마무리됐는데, 공정위는 연초 15년간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을 담합한 23개 국내외 선사에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조 국장은 "미주나 유럽연합(EU) 쪽 항로에서는 특이 상황이 없다"며 "미주나 EU는 운임 카르텔 자체가 담합이 제도적으로 쉽지 않아서, 불법 가능성도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공정위는 선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한 해운당국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수부와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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