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대청호(大淸湖)는 ‘대청댐’ 건설로 생긴 인공 호수다.
대청댐은 ‘대전광역시’ ‘대덕구’ ‘신탄진동’과,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덕유리’ 사이의, 금강(錦江) 본류를 가로지르는 댐이다.
그 결과 생겨난 대청호는 저수량(貯水量) 기준으로 ‘남한’에서 ‘소양호’, ‘충주호(혹은 청풍호)’ 다음 세 번째로 큰 호수다. 대전과 충북 청주, ‘보은군’, ‘옥천군’에 걸쳐 있다.
이 대청호 주변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조성된, 대형 트레일 코스가 ‘대청호 500리길’이다.
대청호 500리길의 제1구간은 11.5km 길이로, 약 6시간가량 소요된다.
또 계족산(鷄足山)은 말 그대로, 산의 모양이 닭의 발을 닮았다고 해서 예로부터 ‘닭발산’, 혹은 ‘닭다리산’이라고 불려왔다. 그것을 한자로 바꾼 것이 지금의 이름이다. 또 산 밑 ‘송촌동’ 일대에 지네가 많아서, 지네의 천적인 닭의 이름을 붙여 계족산이라 불렀다고도 전한다.
대전시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산으로, 그 주변을 경부고속도로(京釜高速道路)가 지나간다.
특히 지역 주류 회사가 조성한 ‘황톳길’이 유명하다.
정상부를 둘러싼 계족산성(鷄足山城)은 ‘삼국시대’의 테뫼식 석축 산성으로, 사적으로 지정됐다. 당초 ‘백제’가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가, 1998년부터 1999년까지의 발굴로 신라(新羅)가 쌓은 것으로 밝혀졌으나,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백제부흥운동’ 때의 ‘옹산성’이 계족산성이라는 설도 있다. 삼국시대 큰 우물터 등이 발굴됐고, 성내 건물터에는 ‘고려’ 및 조선시대(朝鮮時代)의 자기편도 출토돼, 조선시대까지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곳은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다. 대청호길 1구간 중 일부와 계족산을 찾았다.
1구간은 ‘대청댐 물 문화관’에서 시작되는데, 우리 일행은 거기서 2.5km 정도 떨어져있는, ‘작은 미술관 신탄진(新灘津)’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대덕문화관광재단’에서 운영하는 이 미술관은 ‘금강로하스타워2’이기도 하다. ‘금강로하스 에코파크’의 일부다.
미술관 뒤편에선, 유장하게 흘러가는 금강이 잘 조망된다. 강은 대청호로 흘러들어간다. 앞쪽에, 대청댐의 보조 댐 하나가 강을 가로지른다. 미술관 앞마당과 뒤뜰에는 강물을 관조(觀照)하며 힐링할 수 있는 흔들의자들이 있고, 앞뜰 의자 옆에는 대형 붕어 석조상이 보인다.
미술관 바로 앞 계단을 내려가니, 강 바로 옆 고즈넉한 샛길이다. 길이는 짧지만, 강의 호흡이 그대로 느껴진다.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반갑다.
다시 계단을 오르니, ‘금강로하스타워1’이 버티고 있다. 전망대(展望臺)를 겸한 ‘아름카페’, 4계절 어린이 스포츠시설인 ‘로와’ 등이 있는 건물이다. 그 앞 광장에는 ‘대청수상레포츠센터’ 승강장과, 1인용 카누 등 안전교육장이 자리했다.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면, 청관정(淸關亭)이란 멋진 정자가 있고, 금강 전망이 일품이다. 그 앞 주차장에서 차에 올라, 본격적인 트래킹 출발지점인 ‘로하스가족공원캠핑장’으로 향했다.
이 캠핑장은 대청호를 찾는 가족들의 오토캠핑, 혹은 글램핑 장으로 유명하다.
캠핑장을 위탁 운영 중인 김성선 대표는 오지탐험가 겸 캠핑전문가다. 대청호 500리길을 개척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길 안내로, 트래킹을 시작한다.
곧 대청호의 장엄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호숫가 난간에 ‘대청호 오백리길’ 팻말이 붙어있고, 그 아래엔 큰금계국이 만발하다.
건너편 언덕 너머가 바로 청남대(淸南臺)다. 작고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으로 조성했는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면 개방, 충북 제1의 명소 중 하나로 떠오른 곳이다.
그 왼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이 바로 청주 상당산성(上黨山城)이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대체로 이 쪽은 백제(百濟) 땅이고, 건너 쪽은 신라였다. 신라군의 전방사령부가 있던 곳이 상당산성이다.
캠핑장 주인장은 우리 일행을 리드하면서, 쉴 새 없이 설명을 이어간다.
이 곳은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호숫가 작업은 기계를 절대 사용할 수 없다. 오로지 사람이 밧줄에 의지해 내려가, 초목을 정비하고 호수 경관(景觀)을 확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최대한 인공적으로 뭘 하려하지 말고, 자연환경을 보전할 것으로 강조한다고.
호숫가 연리지(連理枝)는 일부러 남겨놓았나 보다.
길 왼쪽에, 청남대를 지키던 공수부대(空輸部隊)의 부속 시설들이 보인다. 반대편 호수 수면위에는, 무장간첩의 수상 및 수중 침투를 막기 위한 시설을 매달아 놓은 철선이 떠 있다.
좀 더 가니, 쓰러져 죽어가는 나무를 되살려, 인공공간에서 자연공간으로 들어가는 터널처럼 만들어 놓았다. 산길에 오소리 굴도 숨어있다.
대청호길 안내 말뚝을 지나자,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래지 않아 전망대가 있지만, 나무들에 가려 호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르락내리락 숲속 산책로가 이어진다. 문득 평지 분묘(墳墓) 나오고, 주위는 개망초 밭이다. 들뜬 여심(女心)들이 포즈를 잡는다.
캠핑장 사장과 헤어지고, 우린 계속 걷는다.
‘대청호 둘레산 누리길’ 안내판이 보인다. 이 구간의 별칭인 듯하다. 오늘의 종점인 ‘대청댐물문화관’까지는 1050m 남았다. 울창한 언덕 숲길을 계속 걸으니, 마침내 끝이 보인다. 도로변에 대청호 오백리길·종합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차도를 따라 조금 가면, 대청댐물문화관이 나온다.
수자원에 대한 관심과 흥미 유발, 물 문화 인식제고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韓國水資源公社)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기존 ‘대청댐 물홍보관’을 증축, 2004년 7월 6일 재개장했다.
대청댐의 역할과 기능을 알리고 물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제1전시관, 대청호와 금강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서식환경을 소개하는 제2전시관, 대청댐 건설로 인해 사라진 마을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기록·재현하는 제3전시관을 운영한다.
그 앞 광장에는 ‘대청 다목적댐 준공기념탑(竣工記念塔)’이 우뚝하다. 그 옆에는 ‘대청호’ 자연석 비석이 있고, 뒤에는 ‘DaeCheongDam’ 조형물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조금 더 가니, 댐 위로 도로가 뻗어있다. 공도교는 개방돼 있지만, 드론 등 항공촬영 금지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통일기원 국조 단군상(檀君像)’이 있는데, 좀 생뚱맞은 느낌이다. 계단 밑은 ‘금강로하스대청공원’이다.
여기서 1차 걷기를 마무리하고 차량에 탑승, 2차로 계족산으로 향했다.
등산로 입구에 ‘장동누리길’ 종합안내판, 계족산 황톳길 안내도가 나란하다. 조금 오르니, ‘장동 삼림욕장(山林浴場)’ 팻말과 “계족산 황톳길 방문을 환영합니다” 플래카드가 보인다.
곧 황톳길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신발과 양말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기 시작한다.
충청 대표 지역소주인 ‘이제 우린’의 조웅래(趙雄來)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사재를 털어 조성하고, 관리 중인 숲속 황톳길은 국내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자연건강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대전 3대 관광명소(대청호, 계족산성, 황톳길)의 하나다.
2009년 한국관광공사(韓國觀光公社)에서 ‘5월에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선정했으며, 최근 4회 연속으로 ‘한국관광 100선’에 올랐다. 매년 이곳에서 외국인들을 포함, 5000여명이 참가하는 ‘계족산 맨발축제’ 및 '맨발마라톤대회'가 열리는데, 대전의 대표적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길 중간쯤에 ‘황톳길 아빠’ 조 회장의 커리커쳐가 보이고, ‘계족산 황톳길 이야기’, ‘임도(林道)에 조성된 가장 긴 황톳길’ 안내판과 함께, 이 길을 촬영한 사진작품도 전시돼있다.
황톳길 끝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洗足場)과 정자, 화장실이 보인다. 그 옆에 ‘계족산 맨발우체국’도 있다.
바로 위에서도,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진다. 매일 오후 2시간씩, 무료 음악회가 열리는 것.
바로 2007년 조 회장의 후원으로 시작된, ‘계족산 황톳길 숲속 음악회’다. ‘이제 우린과 함께하는 숲 음악회’를 표방, 소프라노 ‘정진옥’ 씨를 단장으로, 등산객과 관광객들에게 클래식 성악(聲樂)의 향연을 베풀어준다. 조 회장도 틈만 나면, 무대에 같이 오른다.
무대 앞 평상과 바위들에 앉은 ‘공짜’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호응하고, 앵콜을 외친다. ‘얼굴도 되고, 몸매도 되고, 노래도 되는’ 정씨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일일이 기념사진 촬영에 응해준다.
공연장 옆으로, 계족산성 올라가는 길이 있다. 이 길은 3분의 2정도가 가파른 데크 계단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지만, 분명 ‘고생(苦生) 끝에 낙(樂)’이 있다.
계단길이 끝나고, 능선이 시작된 후 15분여, 마침내 성벽이 보인다.
가까운 곡성(曲城)과 집수지(集水池)로 가는 길은 수풀이 우거져있다. 오른쪽 서문 터 방향으로 간다. 서문 터에는 웅장한 성벽이 시선을 압도한다.
넓은 폭의 성벽에 오르니, 앞쪽에 대전시내가 드넓게 조망된다. 뒤쪽은 산들 사이로, 대청호가 보인다. 그 사이로 성벽길이 아름답게 흘러간다. 모두들 전망에 감탄하고, 자연에 취한다. 동행한 시인(詩人)은 시 2편을 낭송한다.
음악회 공연장에서 기다리는 일행이 있어, 서둘러 내려와 서울로 돌아왔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