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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원칙' 내건 윤 대통령, 노사관계 시험대 올랐다

2022-06-11 13:44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가져야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정부가 늘 개입해 여론을 따라가서 노사 문제에 깊이 개입하면 노사 간에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이 축적되지 않는다. 정부가 노사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노동에 대해 적대적이면 정치를 할 수 없다."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이다.

'법과 원칙'을 내건 윤 대통령을 겨냥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지난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사태는 악화 일로다.

화물연대 소속 화물기사들은 특정 회사와 근로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들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연대'다.

자기가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일하기 싫다면 일하지 않을 수 있어 기존 노조와 달리 노동 3권이 없고 단체행동권도 없다. 파업 자체는 그들의 권리지만 이를 연대에 속하지 않은 다른 기사들에게 강요할 순 없다.

이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은 하나다. 바로 올해 말 일몰제 종료로 끝나는 '안전운임제'를 계속 유지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주장하는 안전운임제라는 것이 '가격 하한제'라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일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미국 학계 및 전현직 주요인사 단체와 접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자영업자인 화물 기사들의 운송료를 특정 가격 이상으로 지불해야 하고, 그 이하로 운송하면 해당 화물 기사가 동의했더라도 화주에게 과태료를 물려 처벌한다는 규정이다. 독과점을 통한 일종의 가격 담합이다.

안전운임제는 이처럼 시장 경쟁을 통한 가격 균형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그 피해는 화주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뿐 아니다. 지난 7일부터 계속해서 자영업자 화물기사들로 이뤄진 화물연대의 파업(아무도 강제하지 않은 자발적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기에 동참하지 않은 기사들의 차량에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

노조가 아니라 연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한 폭력 행사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다른 기사들의 운송을 방해할 목적으로 출입구 봉쇄 및 차량 파손 행위를 저질렀다.

관련 입법에 손을 놓고 있던 여야는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또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을 논의할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국회에서 해당 안건의 폐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1년반 다 돼가도록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특히 민주당은 자신들이 여당일 때에는 손 놓고 있다가, 정권이 바뀐 후 화물연대가 목소리를 높이자 그에 발맞춰 안전운임제를 법제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체 국민의 편익과 물류 운송이 아닌 이익집단을 대변하고 있다.

다만 안전운임제로 화물차 운임이 급등해 물류비 부담이 늘고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면서, 예정대로 일몰제를 하자는 화주와 운수사업자 등 사용자단체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화물연대의 이번 총파업은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 강성 노동계가 관계 설정을 갖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물류대란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본부 구성에 들어갔고, 불법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밝혔다.

안전운임제는 오는 12월 31일 일몰이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이 노사관계 설정에 있어서 이번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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