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와 독감 등을 한 번에 예방하도록 하는 '콤보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감염병의 종결이 아닌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접어들면서 재유행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DB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미크론 백신 개발사 중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미국 제약사 모더나다. 이 회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개발 중인 개량 코로나19 백신(mRNA-1273.214)이 기존 백신보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 항체를 1.75배나 더 생성했다는 임상2·3상 결과를 발표했다. 부작용 또한 기존 백신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의 개량 백신은 기존 백신인 '스파이크박스'에 오미크론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 후보물질을 결합한 2가 백신이다. 이번 임상은 백신 접종 이력이 있으면서 코로나19 미감염자를 대상으로 기존 백신과 개량 백신으로 나눠서 50μg(마이크로그램)을 부스터샷으로 접종하고 1개월이 지난 후 중화항체의 양(역가)을 검사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기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기존 백신과 비슷한 수준의 면역 항체를 형성했지만 베타·감마·델타·오미크론 등 변이종에 대해선 기존 백신보다 더 높은 면역력을 보였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모더나는 "올 가을 추가접종 용도로 사용되게 하는 것이 목표다"며 "각국 정부에 사용허가 신청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개량 백신 상용화가 임박한 만큼 우리 정부도 해당 백신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 도입된다면 4차 접종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접종 대상은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개량 백신에 대한 종합 평가를 거쳐 가을철 유행을 대비한 접종 전략을 세울 것이다"고 밝혔다.
화이자도 기존에 개발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코로나19 백신을 바탕으로 오미크론 및 다른 변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오는 가을께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이자는 기존 백신인 '코머니티주'와 오미크론용 백신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차세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백신의 안전성·내약성·면역원성을 평가하고 있다. 다만 연구 결과 공개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알바트 불라 화이자 회장은 지난 4월 열린 IFPMA(국제약업단체연합회) 주최 언론 브리핑에서 "가을까지는 변이에 효과적인 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허가 및 규제 당국과의 협의 과정에 영향을 줄 임상데이터도 단기간 내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화이자가 차세대 백신을 천천히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고 점치고 있다. 기본 백신을 접종했을 때도 오미크론 하위 변이 2종에 대한 중증화를 80% 가량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를 먼저 공개했기 때문이다.
경쟁사 노바백스도 지난 5월 오미크론 변이를 겨냥한 백신 'NVX-CoV2515'의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발표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콤보 백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 백신 플랫폼을 토대로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다가 백신과,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 표적하는 콤보 백신 등의 개발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기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스카이 코비원'의 경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심사를 거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자리하면서 독감과 같이 매년 접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하나의 백신으로 2~3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다가 백신의 수요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