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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다시 진에어 품은 대한항공, 사실상 중간 지주사로

2022-06-14 14:21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한진칼이 진에어 주식을 대한항공에 넘김에 따라 본격적인 한진그룹 지배 구조 개편이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사실상 '중간 지주회사'로 떠올라 한진칼의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을 해소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한진칼은 전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사 보유 진에어 지분 54.91%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규모는 총 6048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4월 8일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3주기 추도식에서 "통합 LCC는 대한항공 자회사로 둘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한진칼은 코로나19 시국을 지나오며 진에어에 수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재무 압박에 시달려왔는데, 이번 지분 매각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진칼은 2020년 이후 재원을 마련하느라 차입금이 1조원을 넘어 재무 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2008년 진에어는 당초 대한항공이 출자해 지분 100%를 가진 완전 자회사로 출범했다. 이후 2013년 6월 28일 대한항공 이사회는 진에어를 한진칼 자회사로 편제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미래 캐시 카우를 지주회사가 직접 관리해 신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함이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편 시간이 지남에 따라 2019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게 됐고, 2020년 11월 한진그룹이 인수를 전격 발표하며 국내 항공업계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진에어는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과 한 몸이 될 운명이다. 이와 관련, 우기홍 사장은 앞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대한항공 산하에 LCC를 두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9년만에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셈이다.

한진칼은 동일 업종 계열사 수직 계열화를 통해 중복 항공 노선 효율화·연결편 강화 등 사업 환경 최적화를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기재 도입·운영 효율화 등 항공 운송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해 계열사 기업 가치 제고와 항공 소비자 편익 향상까지 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경영·마케팅 차원의 설명이고, 실제로는 마케팅 한진그룹 경영진이 실정법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독점 규제·공정 거래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아 다양한 행위 제약 요건을 준수할 의무를 진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방지하기 위함이 이 법의 도입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지분율을 30%, 비상장사는 5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자회사 외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는 금지 사항이다. 증손자회사 지분은 100% 갖거나 또는 이 요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2년 내 모두 매각해야 한다는 조항도 존재한다.

대한항공 A330-200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제공


공정거래법에 입각한 계획대로라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완전 흡수 전까지 △통합 LCC △한국공항 △한진정보통신 △한진인터내셔널(HIC) △IAT △왕산레저개발 △싸이버스카이 △㈜항공종합서비스 △케이에비에이션 등 10여개 자·손자회사를 거느리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2024년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화 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IDT 지분율은 각각 80%, 76.22%에 달한다. 이 두 회사는 대한항공의 손자회사임과 동시에 한진칼의 증손회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발권과 사내·외 IT 업무를 담당하는 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IDT는 경쟁력 확보 목적에서 대한항공 자회사 토파스·한진정보통신과 합병하지 않을 계획이다. 따라서 지주회사 한진칼은 행위 제한 요건에 저촉된다. 하지만 이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완전 흡수하면 아래 자회사 또는 계열사들도 급이 하나씩 올라가 자연스레 해결된다.

향후 대한항공의 손자회사들이 사업 영역 확장 등 모종의 이유로 자회사를 두게 되면 한진칼 입장에서는 증손회사가 생기는 셈이다. 이 때에는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이 증손회사 지분을 전량 보유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만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중간 지주회사로 세워 두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최근 재계에서는 행위 제한 요건을 피하려 중간 지주회사를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SK그룹은 사업 부문별로 SK텔레콤·SK스퀘어·SKC·SK디스커버리 등 4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주사 HD현대 아래에 조선(造船) 중간 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을 뒀다. DL홀딩스도 증손회사에 대한 행위 제한 문제로 하이웨이솔라·대림AMC 지분 처리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학부 교수는 "우선 항공 사업부문에 한해 대한항공을 중간 지주회사로 둠으로써 경영 효율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는 일정 부분 공정거래법을 의식한 조치"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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