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에너지계획은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 비용 최소화를 원칙으로 해야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이같은 기본이 흔들렸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에너지 패권 시대 신 정부의 전략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미디어펜 2022 산업포럼'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15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미디어펜 2022 산업포럼'에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석탄·석유·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값이 급등, 무역수지가 적자전환하는 등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며 "에너지 공급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유연탄 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162.1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0원 가까이 높아졌다. 같은 기간 LNG는 88.5원에서 229.6원으로 급등했다.
정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 등 에너지믹스(에너지원별 발전비중)의 합리적 재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태양광·풍력 발전설비 보급을 지속하고, 수소경제 활성화 등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준수를 위해 석탄화력과 액화천연가스(LNG)는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으로, 전력망 적기 건설 및 에너지 독점판매구조 해소 등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자력 분야에서는 생태계 부활과 발전소 수출 불안 및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의 이슈가 있다"며 "새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것은 다행이지만, 천지 1·2 및 대진 1·2호기 원전 건설 백지화가 취소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토로했다.
15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에너지 패권 시대 신 정부의 전략은'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 2022 산업포럼'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비롯한 프로젝트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기술적 실현가능성 및 국민 부담 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태양광 발전에 가장 적합한 곳이 미국과 사우디에서는 좋지 못한 축에 속하는 등 입지조건이 충분치 않다"며 "국내에서 바람이 가장 강한 제주 동부지역도 초속 8m에 그치는 반면, 영국에서는 14m를 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광 발전설비를 500GWh 이상 설치한다는 계획이지만, 국내 최대 전력 수요가 100GWh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소경제에 필요한 물량의 80%를 수입해야 되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소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가 나오면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며 "수소환원제철과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의 기술이 최근 20여년간 연구되고 있지만, 달성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설파했다.
정 교수는 "전기에너지도 넷제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석에너지를 전기화하는 것을 포함하는 탄소중립은 엄청난 도전이 아닐 수 없다"면서 "국내외 상황을 보고, 적절한 속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