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 이후 120여 년 동안, ‘대한민국’ 땅인데도 우리 국민들이 들어갈 수 없었던, 주한미군(駐韓美軍) ‘용산기지’가 이제 한국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다.
용산은 우리의 아픈 역사가 켜켜이 남아있는 공간이다.
‘고려시대’ 때는 ‘몽골’, ‘임진왜란’ 당시는 ‘왜군’이 병참기지로 사용한 적이 있으며, ‘임오군란’ 이후엔 ‘청나라’ 군대가 주둔했다.
이어 ‘러일전쟁’ 이후 ‘일제강점기’까지는 ‘일본군’이, 해방(解放)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는 군사기지로 사용됐다. 그만큼 도심에서 가까운 이 곳의 전략적·군사적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그러다 2003년 한미 정상이 용산기지 평택(平澤) 이전에 합의, 2005년 공원화가 결정됐다.
대부분의 주한미군 용산기지가 2017년 말까지 평택 ‘USAG 험프리스’로 이전함에 따라, 공터로 남는 이곳을 활용하기 위해 계획된 국가공원이 바로 ‘용산공원’이다. ‘용산민족공원’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대통령실(大統領室)이 용산공원과 맞닿은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 국민들이 마음껏 소통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300만㎡, ‘여의도’보다 큰 도심 속 초대형, 최초의 국가공원이 될 용산공원(龍山公園)은 민족성, 역사성 및 문화성을 갖춘 국민들의 여가 휴식공간, 자연생태 공간 등으로 탈바꿈된다.
용산공원 내 건물/사진=미디어펜
‘국토교통부’는 용산기지가 있던 자리를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하고, 각종 복합시설을 유치할 예정이다. 메인 포스트에는 주한미국대사관(駐韓美國大使館)과 ‘서울특별시교육청’을 이전시키고, 사우스 포스트는 각종 박물관 및 문화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1조 2000억원을 투입해 2019년부터 조성하기 시작,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또 용산구(龍山區)에서는 이를 ‘용산 지구 단위 계획’과 연계, 895만㎡에 달하는 주변 지역까지 전부 개발하려 하고 있다.
국토부는 기존에 개방된 구역 외에, 6월 10일부터 19일까지 대통령실과 맞닿은 지역을 추가로 시범개방 중이다.
시범개방 구역에는 ‘신용산역’ 출입구, 장군숙소(將軍宿所), 경호장비 전시장, ‘스포츠필드’ 등이 포함돼있는데, 특히 야구장은 건너편 대통령실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시범개방은 정원이 한정돼 있고 사전 예약이 필요한데,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필자도 11일 방문을 하고자 9일 예약을 시도했는데, 14시에 시작된 예약이 3분도 되기 전에 마감돼, 성공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기존 개방 구역만이라도 돌아보기로 했다.
서빙고(西氷庫)는 ‘조선시대’ 때 얼음 창고가 있었던 곳이다.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1번 출구에서 대로를 건너면, 바로 용산공원 출입구다. 담벼락에는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바라본다’라고 적혀 있다.
정문 바로 앞에 안내소인 ‘마중누리’가 있다. 방문객 공유 소통의 체험공간인데, 시간대별 입장 가능 정원이 있어 이 인원이 초과되면, 이 곳에서 기다려야 한다.
미군 장교(將校)들의 숙소였을 듯한, 비슷비슷한 붉은 벽돌 건물들이 늘어서있다. 건물 벽에는 ‘LH’ 마크가 선명하고, 일련번호가 있다.
야외갤러리 ‘새록새록’은 시민들이 바라는 용산공원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제 때 일본군 보병 ‘제78연대’ 및 ‘79연대’ 전경, ‘용산정거장(지금의 용산역)’, 옛 ‘조선군사령부’ 일대, 용산기지 내 ‘둔지산’에서 동빙고(東氷庫)와 서빙고를 바라본 1954년 사진,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된 용산역 일대, 미군장교가 지켜보는 가운데 누군가와 악수하는 고(故)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등의 사진이 전시돼있다.
용산공원 내 건물/사진=미디어펜
좀 더 안쪽에 있는 ‘어린이 누리마당’은 도심 속 자연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연결되는 건물 안에는 어린이 도서관, 실내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청년 창의마당’은 청년 공유주방(公有廚房)과 청년 라운지가 있고, ‘용산’ 조형물은 사진촬영 명소로 인기다. ‘시니어 은빛마당’에는 ‘은빛 공유주방’과 ‘은빛 라운지’가 입주했다.
다음은 ‘청소년 푸른 마당’으로 이어진다.
‘용산공원 연구소’는 용산기지에서 용산공원이 되기까지의 역사기록을 모은 ‘차곡차곡 자료실’, 토론과 소모임이 가능한 ‘도란도란 집담소(集談所)’가 모여 있다.
비슷비슷한 건물의 연속이라, 그만 돌아나가기로 했다.
나가는 길 시멘트 블록 담장이,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향수를 소환해준다. 공원 외곽 철조망(鐵條網) 쳐진 담장은 예쁜 벽화들로 채워져 있고, 벤치를 품에 안은 벽에는 ‘IT'S YOU WE WANT’라고 적어놓았다.
나오면서 새삼스럽게 들어갈 때 보지 못한 안내지도를 보니, ‘들내 봄내 잔디마당’. ‘누리방 카페’, ‘오손 도손 오픈하우스’, ‘두루두루 파빌리온’ 등은 그냥 지나쳤다.
용산공원 출입구를 나와 식당을 찾았는데, 인근에선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신용산역(新龍山驛) 가는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