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경로(연 4.5%)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물가설명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으로 국제 유가가 지난 금통위 직전 109달러 수준에서 6월 들어 평균 120달러 안팎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웃돌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과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공식품·외식 물가 오름폭 확대로 5월(5.4%)보다 높아지고,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으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주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 식량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국제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하방 경직적이고 지속성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그 영향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공급망도 회복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해외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오래 지속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국내 여타 품목으로도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처럼 국내외 물가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2% 수준까지 상승했다. 시장기대를 반영한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 총재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다"며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은 경제주체의 체감도가 높아 기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기반(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