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근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화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대외 충격 대응이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금리·주가·환율 등의 변화에 따라 유동성·시장·신용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2022년 6월)'에 따르면, 한은 통합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AMP)을 이용해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등으로 인한 시장금리 급등 및 경기 둔화가 비은행 금융기관의 복원력에 미칠 충격을 점검한 결과, "보험회사·증권회사의 자본율이 크게 악화되고 취약 차주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지본 비율도 상당폭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각한 충격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회사와 증권회사는 채권가격 및 주가 하락에 따른 유가증권 평가손으로 인해 자본비율이 감독기준을 하회하는 기관은 보험사 51개 중 16곳이, 증권사는 44개 중 4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주요 잠재 리스크로는 유동성·시장·신용리스크 등이 꼽힌다.
우선 증권사·여신전용사는 주로 시장성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금융시장 불안 시 유동성 리스크에 취약하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초단기 차입 비중이 매우 높아 차환리스크가 큰 데다,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 관련 마진 콜, 채무보증 이행 등에 따라 추가 유동성 수요가 촉발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금리 상승 또는 주가 하락 시 유가증권 평가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현재 증권사와 보험사의 시가 평가 대상 채권 규모는 각각 244조 1000억원, 336조 8000억원이다. 시장 금리가 1.0~2.0%포인트 상승할 경우 평가손은 각각 1조 6000~3조 3000억원, 36조~72조원에 이른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주식 보유 규모는 각각 24조 5000억원, 46조원으로 주가가 20% 하락 시 4조 9000억원, 9조 2000억원의 주식평가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용 리스크에 따른 대출자산 부실화 여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여전사는 취약 가계와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한 대출 익스포저가 많아,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인한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 또는 부동산 경기 부진 시 대출자산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지적된다.
지난해 말 현재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가계 취약 부문에 대한 대출 규모는 각각 46조원(전체 가계대출의 78.9%), 74조 8000억원(64.6%)에 이른다.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기업대출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상황을 반영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개별기관의 잠재 리스크 및 감내 여력을 재점검하고, 복원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증권사 등의 유동성 리스크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는 한편, 보험회사 복원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 불식을 위해, 보험회사의 위험 기준 자기자본비율(RBC비율) 계산 방식에 대한 한시적 완화 조치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