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년 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사건의 추이가 점입가경이다.
23일 이대준 씨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은 전날 통지서를 보내 "우리 기관은 귀하의 정보공개 청구에 따를 수 없다"고 밝히면서 검찰과 법원의 손에 달리게 됐다.
대통령기록관은 정보공개 청구에 따를 수 없는 사유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 목록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다"며 "(해당 정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지정기록물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확인할 권한이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통령기록관은 이 씨가 피살된 2020년 9월22일부터 28일까지 청와대가 국방부-해양경찰청-해양수산부로부터 보고 받고 지시한 서류를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관련법 등에 비춰볼 때 공개가 불가하다"면서 정보 부존재 통지서를 보냈다.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하면서 유족이 앞서 진행된 정보공개 소송에서 승소한 정보 및 이에 대한 목록까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한 것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1심 패소에 항소했던 사건은 이번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 대통령실이 직접 소를 취하하면서 마무리됐지만, 이미 대통령기록관에 넘어가 버린 관련 정보는 확인할 길이 없게 됐다.
김기윤 변호사는 이에 대해 "유족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뭔가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속해서 행정소송 등 법적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오는 27일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국회의원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의결을 건의하고,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에게도 유족이 원하는 정보를 정식 요청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이 씨 유족측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을 살인방조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에 대한 기자회견이 6월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렸다. 유족 이래진(큰형)씨와 피살된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미 유족측은 지난 22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의 고발로 사건은 검찰에게 넘어간 상태다.
양측의 공방이 거세졌을 뿐더러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뜨거운 감자인 이상, 검찰이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최장 15년간 열람이 제한되는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그러면 관할 고등법원장이 판단하게 되는데 서울고등법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발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되었기 때문이다.
김광태 서울고법원장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사본 제작을 할 수 있다.
다만 김 법원장이 열람 조건에 제한을 두어서 영장을 발부할 경우, 이에 따라 검찰이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검찰이 자료를 열람한 후 혐의에 대해 증거까지 확보하게 되면, 그 다음은 기소다. 검찰 수사 끝에 공소를 제기하면 실질적인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된다.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채택된 모든 증거는 법정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부 자료의 경우 재판부가 일부 비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
이 씨 유족측은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행정소송 외에도 국방부와 해양경찰청 등을 방문해 사건 자료를 최대한 받을 계획이다.
당시 북한군이 서해상에서 발견한 이 씨와의 대화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무선교신 등에 관한 SI(교신 감청이나 휴민트로 수집한 특수정보)도 또다른 핵심 증거, 뇌관으로 꼽힌다.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 이례적으로 아주 긴 SI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일부 공개된다면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문제다. 문 전 대통령이 이미 지정해놓은 대통령기록물의 봉인 해제는 법원의 최종 판단에 달린 셈이다.
검찰이 신속히 보완 수사를 마치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