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사양산업이라는 평가를 받던 원자력발전소가 화려하게 컴백하고 있다. 낮은 탄소배출량을 앞세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솔루션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화석연료값이 급등하고,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는 등 에너지안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것도 원자력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책기조가 탈원전에서 '원전 최강국 건설'로 바뀌는 모양새다. 이에 미디어펜은 K-원전이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①원자력, 에너지·경제 안보 1등 공신
②4세대 원전, 인재난 속 R&D 역량 확보 우려
③사용후핵연료, '모래주머니' 아닌 미래 원전 토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원전 수출 및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 등을 위한 4세대 원자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탈원전을 선언하며 해당분야의 연구개발에 참여할 인력 부족으로 K-원전에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30년을 목표로 미국, 프랑스, 한국을 비롯한 10여개국이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GIF)'에 참여해 차기 원자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는 현재 사용되는 한국형 원자로 APR1400 등과 같은 3세대 모델보다 안전성을 높인 것으로 원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으로 꼽히고 있다.
신고리 원전 3·4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GIF가 선정한 4세대 모델은 △가스냉각고속로(GFR) △납냉각고속로(LFR) △소듐냉각고속로(SFR) △용융염로(MSR) △초고온가스로(VHTR) △초임계수냉각로(SCWR) 등 6개로, 한국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SFR와 VHTR을 비롯한 노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SFR은 핵연료 재활용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이 특징으로, 가압 경수로 대비 노심 출력 밀도가 2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발생량도 대폭 줄일 수 있지만, 운전이 쉽지 않고 나트륨 화재 등의 위험성이 있어 고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는 단점도 있다.
VHTR은 기체 상태의 헬륨으로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있으며, 1000℃에서 원자로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이 개량되고 있다. 열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전기분해 방식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연료봉을 교체하기 위해 원자로를 정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가스 냉각재를 사용하는 특성 덕분에 안전성도 우수하지만, 고온을 견딜 수 있는 부품 및 장비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KAERI가 개발 중인 소형 원자로(스마트·SMART)/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원자력 관련 학과 재학생이 감소, 연구개발(R&D) 역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 등 전국 13개 대학의 학·석·박사생 수는 2165명으로, 2017년 대비 22.0% 감소했다.
이는 전공생 595명이 자퇴한 것의 영향으로, 특히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진학생이 같은 기간 80여명에서 20명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원자력협력재단도 연령대별 원자력 분야 연구인력 비율을 들어 미래 세대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8년 기준 20~30대는 1356명(42.5%)으로, 40~50대(1515명·47.5%) 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이같은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 차세대 원전 개발 뿐 아니라 기존 원전의 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최근 5년간 원자력 전담 인력 649명이 회사를 떠났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원전 관련이 같은 기간 1827명에서 650명으로 축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K-원전이 미국·프랑스 등 경쟁국 발전소 보다 가성비가 뛰어난 것은 높은 기술력 덕분"이라며 "기술 우위가 무너지면 파이낸싱 능력 및 패키지딜 측면의 열세가 돋보이게 돼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