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화물연대 총파업 등 각종 악재를 맞이한 현대자동차지만 올해 2분기 약 2조원대의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생산차질에 따른 판매량 감소는 있겠지만 그동안 꾸준히 수익성이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차 위주로 제품라인업을 변화시킨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점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기아 역시 역대급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매출 32조5755억원, 영업이익 2조1399억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동기와 견줘 매출은 7.42%, 영업이익은 13.46% 늘어난 금액이다.
현대차의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은 것은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기아는 2분기 매출액 20조1817억원, 영업이익 1조71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각각 10.05%, 14.98%씩 증가한 수치다. 기아 또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 2분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그 어느 때 보다 힘들었다. 코로나 여파와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화물연대 총파업 악재가 가중됐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기아의 호실적인 예상되는 이유는 SUV 및 럭셔리 차종, 친환경 차량 등 고수익 차량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5월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양사가 올해 1월~5월까지 판매한 차량 합산 규모는 269만6697대 중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양사는 올해 초 각각 432만3000대, 315만대를 연간 판매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는 반도체 수급문제와 화물연대 파업 등 각종 악재들이 겹치며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다만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 절반치가 SUV 등 고수익 차종이 차지하고 있어 수익성 타격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4~5월 국내시장에서 1분기 평균 판매를 뛰어 넘었다.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39만3509대로, 1년 전 보다 42.6% 증가했다. 종류별로 보면 전기차는 76% 급증했고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역시 각각 31%, 26% 늘었다.
전기차 판매 일등공신은 아이오닉5이다. 1년 전 대비 6배 더 팔린 1만 3596대를 기록하며 전기차 판매를 주도했다, 새롭게 출시한 △G80 △GV60 △GV70도 적게는 1000대 많게는 2000대 이상 팔리며 선전했다.
기아의 전기차인 EV6가 올해 5월까지 총 1만 350대 팔린 가운데 △니로 △K8 HEV 모델들이 성장세도 거침없었다.
고성능 모델인 기아 EV6 GT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5초 만에 돌파한다.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사진=미디어펜
여기에 해외 시장의 선전도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전망을 밝게 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달 유럽에서 총 9만6566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8%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는 4만7891대를, 기아차는 4만8665대를 기록했다. 이번 기록은 지난 5월 유럽 전체 시장에서 완성차의 판매량이 94만8149대로 12.5%가량 감소한 상황에서 일궈낸 것이다.
모델별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에서는 투싼이 1만 866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코나가 7102대, i30이 5117대로 뒤를 이었다. 기아는 씨드(1만3456대), 스포티지(1만3235대), 니로(6334대) 순으로 많이 팔렸다.
전기차의 판매도 두드러졌다. 지난달 유럽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량은 1만1453대로 지난대 같은 기간 대비 31% 증가했고, 지난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6만610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7% 늘었다.
업계는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고, 화물연대 파업 영향이 해소되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판매량이 받쳐주면 현대차·기아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차의 매출은 128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7조7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특히 올해 2분기 물량 회복과 우호적 가격 환경에 따라 물량 증가 이상의 외형성장 및 수익 시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기아에 대해선 "올해 매출 81조4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재차 달성할 전망"이라며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평균판매단가 상승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