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술 리더십’이 세계 최초 3나노(nm) 파운드리 양산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에서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이후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신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 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특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만 TSMC의 선단 공정 속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TSMC가 선단 공정 경쟁에서 다소 앞섰다. 이번에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가 TSMC를 처음 넘어섰다”며 “단순 양산 발표가 아니라 파트너사와의 사전소통을 통해 수율과 성능이 검증돼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재용, 파운드리 ‘게임의 룰’ 바꾼다
현재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의 최강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3.6%다. 삼성전자는 16.3%로 2위다.
미국 인텔이 가세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은 ‘3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 인텔, TSMC의 기술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 파운드리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이후 이 부회장은 현장과 파트너사를 방문하면서 사업 진행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이 부회장은 2020년 1월 새해 첫 업무 일정으로 3나노 개발 현장을 찾는 등 시스템 반도체에 큰 힘을 실어 왔다. 당시 이 부회장은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 파운드리의 미세화 공정은 기존 로드맵대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2022년 상반기 GAA 기술을 3나노에 도입하고, 2023년에 3나노 2세대, 2025년에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선단 공정 ‘기술 경쟁’ 가열…지속적 리더십 ‘중요’
향후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선단 공정 경쟁력이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선단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유럽 출장에서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를 찾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에서 미래 반도체 시장의 지배력 강화를 모색했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과 회동했다.
이 부회장은 ASML 경영진과 미래 반도체 트렌드와 중장기 사업전략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을 협의했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 출장으로 EUV 장비 확보 경쟁에서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 후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8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 차별화 전략도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의 안정적 ‘리더십’을 과제로 꼽는다. 앞으로 이 부회장이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와 사업 방향 설정,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 시너지 확대 등 삼성 반도체 사업에서 이 부회장의 몫이 크다“며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이 경쟁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