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산 무기체계와 원자력 발전소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방위사업청·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관계자 등과 체코·폴란드를 방문했다. 이는 취임 후 첫번째 해외 출장으로, 윤석열 대통령도 폴란드 정상을 만나 한국형 원자로 APR1400 홍보 책자를 직접 전달한 바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는 8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두코바니 지역에 1200MW급 가압경수로 원전 1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체코전력공사는 2024년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으로, 한국·미국·프랑스의 입찰서를 검토하고 있다. 수주에 성공하는 곳은 최대 3기의 추가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전망이다.
폴란드도 2033년 루비아토보와 코팔리노 지역을 시작으로 2043년까지 1~1.5기가와트(GW)급 원전 6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사업비는 40~50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대체를 위한 것으로, 미국·프랑스가 한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수원이 폴란드·체코 언론인들을 국내로 초청, 경주 본사와 새울원자력본부 및 두산에너빌리티·한국원자력연구원(KAERI)·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방문단은 이 장관에게 한국 정부의 원전 수출 지원체계를 비롯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수원·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이 바르샤바에서 BAKS를 비롯한 폴란드 원전 관련 기업들과 현지화 협력 방안 등이 포함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발전소 건설 뿐 아니라 엔지니어링과 제조 및 정비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두산에너빌리티(폐자원 에너지화 플랜트), 현대두산인프라코어(건설장비) 등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진출 중인 국가로,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대규모 방산 수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체계를 지원하면서 생긴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중으로, 최근 국방부 장관이 국내 군·방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및 K-239 천무 다연장 로켓 △현대로템의 K-2 전차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FA-50의 경우 필리핀에서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준 초음속·다목적 기체로, 미그-29 및 수호이-22 등 노후 전투기 50여기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K-9은 노르웨이·에스토니아·핀란드 등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이 이미 운용 중인 상황으로, K-10 탄약운반장갑차가 '세트메뉴'로 수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K-10은 빠르게 포탄을 보급하는 등 탄약을 보급 받는 동안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자주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K-9의 차체를 사용한 덕분에 지형의 제약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K-2의 경우 모듈화 장비 장착 등 현지 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K-2PL 버전의 전차를 앞세워 동유럽 진출을 노리고 있다. 폴란드는 T-72M 및 레오파르트2를 비롯한 전차를 퇴역시키는 등 유럽 내에서 손꼽히는 전차 강국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계획으로, 폴란드 수출이 이뤄질 경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체코·슬로바키아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난 것도 언급되고 있다. 호주는 한화디펜스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이 출사표를 던진 곳으로, 시제품 3대가 호주 육군에 인도된 바 있다. 레드백은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의 '링스'와 경쟁 중으로, 수출 성공시 5조원 이상의 성과를 올릴 전망이다.
한화디펜스는 호주와 AS-9 '헌츠맨' 30문과 AS-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공급하는 1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질롱시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가동을 시작한 바라카 원전 덕분에 국내 원전산업 밸류체인의 우수성이 증명됐고, 탈원전 정책도 폐기하면서 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K-방산도 기존 무기체계 수출 강국 보다 현지 정부·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후속지원에 대한 피드백이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