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셀트리온에 이어 종근당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이들을 포함해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른 환자 수 감소에 따라 임상시험 진행이 더 이상 어렵다는 것을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 1일 약물재창출 방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나파벨탄주' 임상 3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코로나19 감염률이 줄어든데다 백신 접종으로 인해 폐렴환자가 감소해 임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4월 중증 코로나19 폐렴환자를 대상으로 나파벨탄주의 임상 3상 시험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바 있다.
이로써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해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기업은 지난해 2월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이 유일하다. 국내 허가를 받은 국외 기업 치료제로는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화이자의 먹는치료제 팍스로비드와 MSD의 라게브리오의 경우 현재 긴급사용승인 상태다.
다만 셀트리온은 지난달 정맥주사제인 렉키로나 편의성을 개선한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각국의 규제기관들이 요구하는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향후 사업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 사례는 이어져 왔다. 부광약품은 작년 9월 임상 2상 시험과 관련해 "유의미한 임상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추가 개발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던 GC녹십자도 같은 해 6월 효과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을 접었다. 백혈병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던 일양약품도 마찬가지다.
반면 이날 기준으로 식약처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승인을 받은 제품은 총 19개다. △일동제약 S-217622 △동화약품 DW2008S △녹십자웰빙 라이넥주 △신풍제약 피라맥스정 △진원생명과학 GLS-1027 △현대바이오사이언스 CP-COV03 등이다.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 소식이 잇따르는 이유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환자 수 감소로, 임상 대상자 확보의 어려움과 비용 부담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으로 임상시험은 후기로 갈 수록 규모와 그에 따른 투입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실제로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풍제약의 경우 올해 1분기 연구개발 비용으로만 매출액 대비 약 23%인 106억 원을 지출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이 16%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분기에만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것을 알 수 있다. 회사는 현재 글로벌 6개국에서 1420명 환자를 모집 중이다.
또 천문학적인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해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시장 후발주자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투입 비용 대비 성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이미 글로벌 제약사에서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사업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었던 치료제·백신 개발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