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하반기 경영 시계가 더욱 좁아지면서 재계가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4년여만에 6%대로 치속으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급망 여건도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은 성장 동력기반 확대가 중요한 만큼 규제개혁을 통한 ‘출구전략’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하반기 글로벌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비상 경영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를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더욱 심화 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여기에 주요 수출 품목도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는 모습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여건은 상반기 상황과 비교해 비슷(48.0%)하거나 악화(42.7%)할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았다. 상반기 대비 약간이라도 개선될 것으로 보는 기업은 9.3%에 머물렀다.
기업들은 △대체 공급망 구축, △동일 제품을 타 거점에서도 생산, △재료·부품·제품 재고 확대 등의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주요 수출품목의 성장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2022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올해 하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기전자-3.8%), △철강(-2.9%), △석유화학·석유제품(-1.1%)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바이오헬스(+0.8%), △자동차·자동차부품(+3.4%), △일반기계△선박(+3.9%) 업종은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41.2%), △해상 및 항공 물류비 상승 등 공급망 애로(21.9%),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제 상황 악화(21.1%)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가파른 물가 상승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8.2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8%로 직전 전망 대비 2.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기업들은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신산업의 활력 제고를 통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과제’를 정부에 전달했다. 이번 건의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제 규제혁신TF’의 핵심분야를 고려해 △신산업, △현장애로, △환경, △입지, △보건‧의료, △경영일반 6대 분야에 대해 100개 과제를 선정했했다. 대한상의는 정부가 과감한 규제혁신을 예고한 만큼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 과제에 대한 속도감 있는 검토와 개선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최근 복합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기업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래 준비도 필요하다. 기업들이 신산업 경쟁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등 새로운 도전을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