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원자력발전과 수요관리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정부의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정책과는 대조된다는 것이 대내외의 평가다.
정부는 5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0회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정부는 “최근 글로벌 탄소중립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정책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이번 에너지정책 수립의 취지를 댔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2차관은 “이번 에너지정책 방향 발표는 지난 정부의 에너지정책 대체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라며 “급변하는 국내외 에너지 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비중 확대와 탄소중립 관련 새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에너지정책은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믹스의 재정립 △에너지 안보 확립 △시장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효율화 △에너지 신산업의 수출 및 성장동력화 △에너지 복지 및 에너지정책 수용성 강화 등 크게 다섯 가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신한울 3·4호기의 조속한 건설 재개와 안정성 확보를 전제로 한 계속 운전 추진 등을 통해 2030년 전력믹스상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여건을 고려해 보급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고 태양광, 풍력, 등 원별 적정 비중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석탄발전은 수급상황·계통을 신중히 고려해 합리적인 감축을 유도하고, 무탄소 전원은 기술 여건을 감안해 활용할 예정이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부지./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는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을 통한 선제적 자원안보체계 구축과 함께 전략비축 확대, 국제협력을 통한 수입선 다변화, 핵심광물 재자원화 등 전주기적 공급망 강화에 나선다.
공기업의 자원확보 기능을 재정립하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며, 민간 해외자원개발 투자 화력 제고를 위한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전기요금 등에 대해선 ‘시장원리’를 내세웠다. 전력시장·요금과 관련해 경쟁과 공정위 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 및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한다는 것이다. 전기위원회 조직·인력 보강을 통해 전문성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 차관은 “최근 한국전력공사 적자 문제 등 전기요금에 대한 이슈가 많은 만큼, 현재 독립적인 전기위원회 신설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전기요금이 오르더라도,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서는 정책적으로 보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박 차관은 “이번 에너지정책은 공급보다 수요에 포커스를 맞췄다”며 “수요는 가격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 유가에 많은 영향을 받는 나라로 공급측면에서만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분야에서 에너지수요측면을 모니터링 하다보니, 수도권 상업건물과 공공건물이 에너지 수요측면에서 많은 ‘빈틈’을 확인했다”며 “이와 같은 빈틈을 찾아 정책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약 4000억원을 투입하게 될 독자 소형모듈원자로(SMR) 노형 개발 추진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핵심기술 자립 등 수소산업 육성 △태양광 차세대 기술 조기 상용화와 태양광 탄소검증제 강화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 △에너지혁신벤처 집중 육성 △배출권거래제 재도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 차관은 “이번 에너지정책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이를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한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합법한 절차에 따라 확정했고, 이를 통해 120억 원 규모의 설계분야 일감에 대한 조기 집행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을 차질없이 이행할 경우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의 조화를 통해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81.8%에서 2030년에는 60%대로 감소할 것”이라며 “이는 곧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수출 산업화로 인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덧붙여 박 차관은 2020년 기준 2500개의 에너지혁신벤처기업이 2030년 5000개로 두 배 성장하면서 약 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박 차관은 “지난 정부는 원전에 대한 단점만을 부각시킨 반면, 재생에너지의 장점만을 강조하면서, 실현불가능한 목표 수준이 설정됐었다”며 “이에 이번엔 실현가능한 목표로 재설정해하고, 구체적인 수치는 12월에 수립될 전력수급계획에 담을 계획이다”고 언급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달 중 서울 경기지역 건물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수요관리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