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공전을 거듭하던 국회가 지난 4일 극적 타협을 이루며 36일 만에 정상화의 활로를 찾게 됐다. 이는 여론을 등에 업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장 단독 선출’카드가 국민의힘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덕이다.
여야는 전날 21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 선출 직전까지 원구성 문제로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특히 이들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원내대표까지 합세해 회동을 펼쳤음에도 불구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국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등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자 여야는 협상 결렬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프레임 논쟁에 주력했다. 우선 국민의힘은 새 정부 출범 효과를 등에 업은 채 ‘거대 야당이 국정 발목 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며 초기 여론전에서 우세를 보였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7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그러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씌운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 민생을 명분으로 7월 ‘단독 의장 선출’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민생우선실천단,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 등 민생경제 위기 대응팀을 구성하고 민생 현장을 찾으며, 국정 발목 잡기 프레임을 민생 발목 잡기로 맞받아쳤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승희·박순애 후보자가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자질 논란을 야기하자 국면전환의 화룡점정이 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부적격 인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얼버무리자, 국회를 정상화 시켜 부적격 인사를 검증해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됐다.
이런 민심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 4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가 6월 4주차를 기점으로 2주 연속 데드크로스를 기록함은 물론, 부정적 여론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오차 범위를 앞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국회 공백 장기화로 정당 지지도 또한 큰 변화를 나타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43.5%로 지난주 대비 1.3%나 하락하며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0.8% 상승한 40.3%를 기록, 11주 만에 여야 지지도 차이를 오차 범위 내로 추격했다.
국회 공백 장기화와 윤석열 정부의 부적격 인사 논란이 정부와 여당의 지지도를 반감시킨 반면 야당에게는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제기한 민생 발목 잡기 프레임이 여당을 압박하는 계기가 됐다.
여론이 돌아서자 여당은 국회 공백 장기화는 부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민주당이 민생이란 명분으로 의장을 단독 선출할 경우 민생고의 책임을 독박 쓸 수 있다는 우려가 이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장 선출에 합의하게 된 계기’에 대해 “민생 위기 속 국회를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여당으로써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하는 일이다. 이런 문제들이 있다”고 밝혀 민생 발목 잡기 프레임과 부적격 인사 문제가 민주당의 의장 선출 카드를 유효타로 작용하게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