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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걷기] 청와대와 북악산

2022-07-10 08:13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수립 이후부터 권력의 핵심이었던 청와대(靑瓦臺)윤석열대통령 취임 이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용산에 있는 옛 국방부건물을 대통령실로 개명하고, 사용 중이다. 대신 청와대는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됐다.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北嶽山. 342m) 남쪽구간도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했던 1968‘1·21 사태로 출입이 금지된 이후, 처음 문이 활짝 열렸다. 청와대 안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는 바로 위여서, 북악산 전역 중 가장 늦게 개방된 곳이다.

이 청와대 일부 지역을 거쳐, 북악산 남쪽구간을 오르는 일정을 잡았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왔다. ‘안국빌딩을 끼고 돌아, ‘율곡로(栗谷路) 3을 올라간다. ‘덕성여자고등학교앞을 지나 아트선재센터에서 좌회전, ‘북촌로를 따라가면, 곧 경복궁(景福宮)이 나온다.

경복궁 담을 따라 올라가면, 머지 많아 청와대가 있다.

입구인 춘추문(春秋門)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간다. 과거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문 안으로 들어서니, 북악산이 삼각형으로 높이 솟았다. 왼쪽에 본관이 있는데, 우리 일행은 사전에 인터넷 예약을 못해서 갈 수 없다.

청와대 춘추관/사진=미디어펜


정면에 있는 단층 한옥 건물이 춘추관(春秋館)이다. 과거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일하던 곳이다. 기자들도 본관 쪽으로 들어가려면 별도로 허가를 받고, 엄격한 몸수색을 거쳐야 했다.

춘추관 오른쪽에서 담장 밖으로 나왔다. 북악산 가는 길이다.

오른쪽 아래 청와대를 둘러싼 철책이 보인다. 길은 평탄한 시멘트포장 오르막길이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폭염 수준의 햇살이 내리쬐는 길을 오르는 사람들은 모두 헐떡거린다.

길옆에 대통령 문재인(文在仁김정숙이라 새겨진, 202145일 세운 자연석 비석이 반겨준다. ‘성북동북악산 기슭에 있는 고()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비석이 생각났다. 이 비석 역시 북악산 일부 구간 개방을 기념한 것이다.

더위에 땀 흘리며 오르니, 청와대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쉼터인 백악정(白岳亭)이 보인다.

백악정 오른쪽에 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영부인 이희호여사가 2001412일 기념식수한 느티나무가 있다.

북악산 백악정/사진=미디어펜


청와대 전망대로 가려면 오른쪽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가파른 길을 폭염 속에 오르고, 또 오른다. 지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행 중 뒤로 쳐진 사람도 있다.

마침내 만세동방 약수터에 닿았다.

약수터 바로 위에 있는 바위에 만세동방(萬世東方) 성수남극(聖壽南極)’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어, 주변을 만세동방 계곡이라 부른다.

동방은 삼천갑자를 산다는 중국신화 속 동방삭(東方朔)을 지칭하고, 성수는 임금의 수명을 뜻하며, 남극이란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의 별로써, 무병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누가, 언제 새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글귀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국운의 번창과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샘이 말라버려 약수는 마실 수 없지만, 그래도 서늘한 기운이 강해 오가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데크 계단과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한양도성(漢陽都城) 성곽을 벗어나야,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철책 철문을 나서니, 기존에도 개방했던 구간이다. 필자도 몇 번 다녀본 기억이 있다. 아직도 상당한 거리를 더 가야 한다.

산 중턱을 오르락내리락 걷다가, 마지막에 조금 치고 오르면, 마침내 성벽이 나타난다.

성벽에 굴다리가 있다. 그 곳을 통과해서 조금 오르면, 오른쪽에 성벽 밖 철책을 나갈 수 있는 문이 있다. 거기를 나와 조금 내려가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조금 넓은 평지에 탁자들이 몇 개 있다.

식사를 마치고 하산하면, 청운대(靑雲臺) 안내소가 보인다. 이제는 화장실에 갈 수 있다.

여기서 길을 따라 서쪽 방향으로 3번 출입문, 2번 출입문, 1번 출입문이 차례로 있다. 북악산 경비구간 철책 외곽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철문들이다.

1번 출입문을 나와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한양도성의 북소문인 창의문(彰義門)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가까운 백사실(白沙室) 계곡을 들르기로 했다. 더위에 지친 심신을 위해서다.

백사실 계곡은 조선중기의 명재상 백사이항복(李恒福)의 별장 터가 있어, 붙은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서울시내에서 보기 드물게, 사적으로 지정된 백석동천(白石洞川)과 자연환경이 잘 어우러진 우수한 자연식생지역으로서 도롱뇽, 개구리, 버들치, 가재 등 희귀한 생물체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은 서울시 보호야생동물로서, 이 계곡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어 보존가지가 매우 높다.

계곡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그 옆에서 쉬는 것만으로 더위가 가신다.

계곡을 빠져나오면, 현통사(玄通寺)가 보인다.

이 절의 역사는 명확하지 않다. ‘조선시대까지 장의사라 불렸다. ‘한국전쟁으로 사찰이 소실되고, 1958보문사로 명칭을 바꿨다. 1967년 재건작업이 시작돼 1971년 지금의 모습을 갖췄고, 1987년 절 이름을 현통사로 개명했다.

일주문에 삼각산(三角山) 현통사란 현판이 걸려있고, 내부엔 좁은 공간에 전각들이 어깨를 맞댈 정도로 오밀조밀 붙어있다.

특히 이 절은 동국대학교불교대학장, ‘일붕선교종초대 종정을 지낸 서경보(徐京保) 스님이 주석하고, 입적했던 곳이다. 절 밑 동네 입구에 일붕조사문(一鵬祖師門)이라고 새겨진 큰 자연석 비석이 서 있다. ‘일붕은 스님의 호.

절 앞에는 동령폭포가 아득하게 흘러 내려간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자연폭포다. 쏟아져 내린 물은 동네를 가로지른다. 꽤 넓은 하천이다.

그 물길이 홍제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세검정(洗劍亭)이 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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