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행내 부서명 일부를 수정하고, 대규모 인사이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권에서 추진한 캐치프레이즈 문구를 모두 제거해 이동걸 전임 회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행내 부서명을 개편한 데 이어 및 인사이동을 추진 중이다. 부서명의 경우 산은에 배여 있는 전 정권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녹색'과 '뉴딜'이 들어간 명칭을 삭제·개편했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행내 부서명 일부를 수정하고, 대규모 인사이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사진 오른쪽)과 조윤승 산은 노조위원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산은은 이사회 아래 9개 부문으로 조직도가 구성돼 있다. 이날 현재 조직도에 따르면 9개 부문 중 기존 '정책·녹색기획부문'이 '정책기획부문'으로, 이 부서 'ESG·뉴딜기획부'가 'ESG기획부'로 각각 개편됐다. 새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전 정권이 추진한 캐치프레이즈 문구를 삭제했다는 평가다.
한 산은 노조 관계자는 "(강 회장이) 전 정권 흔적 지우기를 하다보니 부서명만 개편됐을 뿐 큰 일은 아니"라면서도 "(직제개편) 주관 부문과 부서가 노조와 어떠한 협의도 통지도 없이 직제규정 및 업무분장세칙 개정 통보 문서를 전직원 앞으로 발송했다"고 전했다.
산은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 등에 관한 보충협약 제4조에 따르면 은행은 행내 조직 및 직제개편 시 노조에 지체 없이 통지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부에서는 부서명 일부 개편인 터라 큰 일은 아니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측이 임직원들과의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관련 소식을 통보했던 사례가 전무했던 점에서 직원들의 빈축을 사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행내 고위급 인사 1인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직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노조에 따르면 사표를 제출한 1인은 여성 부행장으로, 변호사 경력을 갖추고 있다. 이동걸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일신상의 사유로 사표를 제출한 터라, 사의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부행장 외에는 사의를 표한 인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사표 제출) 소문은 있었으나 확정적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라 사실이라 단정짓긴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이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인사가 갑작스럽게 자발적 사의를 표명하면서, 내부에서는 강 회장의 뜻에 반발하는 일부 임원들을 자르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추가 사의를 표명하는 임원이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산은은 이달 중 인사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개편이 단행되면 부서명 변경 취지 등 각종 의혹들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는 평가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인사이동이 안 난 상황이라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우선적으로 부서이름이 바뀐 것이다. 정확하게 (개편 취지 등을) 알려면 인사이동이 나오고 정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산은 노조와 직원들은 매일 아침 본점 1층에서 '본점 부산이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로 34일째. 강 회장과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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