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완성차 업계의 올해 임단협에 빨간불이 켜졌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했고, 앞서 교섭 결렬 이후 파업권을 확보한 현대자동차는 협상을 재계했지만 여전히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면 올해 휴가전 타결은 힘들 전망이고, 하절기 투쟁(하투)이 4년만에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행진을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를 비롯해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2022년 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는 특히 노동조합측에서 의견관철을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정부와 화물연대간의 협상에서 실력행사를 보여줬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행보가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노동계의 투쟁은 이미 한국사회에서 신뢰를 잃었다. 완성차 업체들의 파업과 관련된 무력행사가 곧 하도급업체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삶고 있는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산업계는 긴 코로나시기를 겪으며 힘들어왔고, 올해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던 경기는 물류대란과 함께 부품수급차질 등으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노조에서는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대중에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는 게 올해 임단협 협상과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일 중노위의 경정에 따라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지난 1일에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쟁의안을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4만6568명 가운데 4만958명이 투표했고, 이 중 약 72%인 3만343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사측은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국내 공장 경쟁력 강화와 노사공동 협의체 구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 한 주간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2000대 이상의 차량 생산 차질로 3000억원(추산)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실제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현재 인기 차종의 출고 지연 기간은 2년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생산차질이 빚어지면 출고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현대차 뿐 아니라 기아와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등에서도 같은 모습이 보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부분의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올해 완성차 업계의 임금 협상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코로나19 팬데믹,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으로 임단협을 조용히 마무리 지은 것과 달리 여러 노조에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지 않는 쌍용차를 제외하면 모든 기업이 노조와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장격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 하면 완성차 업계는 물론 다른 산업군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계열 철강회사인 현대제철도 노조의 사업장 점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는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품질 관련 수상을 휩쓰는 등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한 품질포상금을 자신들에게도 동일하게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2달째 사업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2일부터 대우조선해양 내 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을 불법점거 중이고,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달 19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전공장에서 라인 가동을 막았다.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미 몇해전부터는 대놓고 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아졌고, 그만하라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임금 협상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이제 막 상견례를 마치고 몇 번 만난 수준"이라며 "여름 이후인 9월까지도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