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지난 3.9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탰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원내 입성 한 달 여만에 집권 여당 국민의힘의 차기 유력 당권 주자로 우뚝서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 의원이 취약한 당 내 기반을 극복하고 안정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가 뉴데일리 의뢰로 지난 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 적합도 결과 안 의원이 25.1%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어 나경원 전 의원(12.6%), 김기현 의원(7.0%), 권성동 원내대표(4.5%) 순이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을 주제로 민·당·정(민간·당·정부) 토론회를 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 안 의원이 만든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관료와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입법과제를 추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 의원이 공부모임을 통해 '친윤계'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가면서 세력 확장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7월 4일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실제로 이날 모임에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5선의 국회 부의장 정진석 위원을 비롯,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철규, 김정재, 배현진 의원 등 4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다만 안 의원과 전략적 연대설이 불거졌던 장제원 의원은 불참했다. 조수진 의원은 축사에서 “(토론회에 온) 의원들만 봐도 정책 의원총회에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안 의원은 이날 토론회 후 기자가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토론회를 연 것이 세 결집 시도로 보인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자, "많은 분들 섭외를 위해 한 달 전부터 모든 시리즈를 계획했다"라며 "이걸 계획하고 발표한 게 (이 대표를 징계한) 윤리위원회 결정 훨씬 전"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안 의원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모임을 두고 여러 정치적인 해석이 나온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정치적인 어떤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경제위기가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IMF나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라며 "이런 상황에 대해 해법을 찾고자 토론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 의원은 앞서 이날 축사에서도 순수한 공부모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110대 국정과제를 만든 직후부터 여러 상황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라며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할 지가 세미나 시리즈의 주제다. 당과 대통령실이 원팀으로 뭉쳐서 열심히 일하면 국민 신뢰와 기대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권성동 원내대표도 '친윤 세력화' 논란을 의식한 듯 "우리 당이 제대로 공부하는 정당, 평생 공부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라며 "김기현 의원의 공부 모임, 장제원 의원의 공부 모임, 안철수 의원의 공부 모임에 또 앞으로도 이렇게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적극적인 참여를 권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국민의힘 원내 입성에는 성공 했지만 여전히 지지 세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차기 당권도전을 위한 세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1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의원이 순수한 공부모임이라고는 하지만 그걸 순수하다고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며 "오늘 참석한 의원들만 보더라도 친윤계 인사들이 대부분 아닌가. 이준석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세력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90%·유선전화 10% 자동응답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1%이고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