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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확보한 현대차 노조 '무분규' 선택…업계에 던진 시사점

2022-07-13 14:19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 노사가 파업 없이 2022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이 통과되면 4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임금인상도 있지만, 전기차 생산 전용 국내공장 신설,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 등이 담겨있는 만큼 '고용안정'에 무게가 실려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차 노사 임단협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본다.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12일 이동석 부사장(대표이사)과 안현호 노조 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15차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4.3% 인상(9만 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수당 1만 원, 경영성과금 200%+400만 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 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 원 등이다.

노사는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과 연계해 직군별 특성에 맞게 임금제도를 개선하고, 연구소 부문 우수인재 및 R&D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직군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내년 3월 말까지 마련키로 합의했다. 

아울러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경영환경과 리스크 요인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노사 대표가 참석하는 '국내공장 대내외 리스크 대응 노사협의체'를 구성한다. 또 분기 1회 정례회의를 열어 미래 자동차 산업 트렌드와 함께 생산·품질·안전 지표 등을 공유하는 등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다만, 회사는 정년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원칙을 이어갔다. 역대 첫 4년 연속 무분규로 이뤄낸 이번 잠정합의는 국내경제 회복과 부품협력사 생산차질 방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노사의 결정에는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별 합의서는 최근 전동화 확산 등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국내공장의 미래 비전 및 직원 고용안정 확보를 위해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과 기존 노후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회사는 2025년 양산(2023년 착공)을 목표로 국내에 현대차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하고, 신공장으로의 차종 이관과 국내공장 생산물량 재편성을 통해 기존 노후 공장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등 국내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연계해 회사는 중장기 국내공장 개선 투자를 추진하며, 미래 제조경쟁력 강화와 작업성·환경 개선을 위한 최첨단 생산·품질 시스템 등도 도입한다.

이에 노조는 대규모 국내공장 투자 추진과 연계해 △유휴부지 및 글로벌 수준의 생산효율·품질 확보 △공장 재편에 따른 차종 이관과 인력 전환배치 △투입비율 조정 및 시장수요 연동 생산 등 제반사항에 대한 협의에 적극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에서는 고용안정이 최우선 순위로 꼽혔다. 

최근 반도체 수급 대란의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반기에 들어서며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공장의 가동중단이 발생하는 빈도가 늘고 있고, 고용불안 문제도 대두된다. 

더욱이 해외투자계획은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투자규모 이외에는 이렇다 할 방안이 발표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임금협상에서는 특별 합의서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하며 노조 집행부의 불신을 불식시켰다. 

자동차산업의 대전환기와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사업장의 글로벌 허브 역할이 확실시되며 이 같은 합의안이 도출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할 때 필요한 부품수와 인력이 현격히 줄어든다. 현재의 수많은 생산라인 인력이 감원대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차는 노사가 협력해 신규투자를 통해 고용안정과 일자리를 확보했다. 

이에 현재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이 같은 상호 협력적인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불확실성이 큰 자동차 산업환경에서 노동조합이 중요시 해야 할 사항은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보다 고용안정이기 때문이다. 

임단협을 당분간 진행하지 않기로 한 쌍용자동차와 현대차와 궤를 같이하는 기아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경우 수출물량에 일감을 의존하고 있다. 특히 본사에서 생산물량을 배정받고 있는 입장에서 현재의 강경한 태도는 생산공장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효과밖에 남지 않는다. 

이에 미래를 고려해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춘 임금협상에 집중해야 될 필요성이 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산업환경에서 노사가 고용안정을 중심으로 논의 끝에 4년 연속 무분규 잡정합의 라는 기록을 세웠다"며 "국내 맏형겪인 현대차 노사의 이 같은 결정은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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