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국내 신용카드회사들의 2000억원대 규모 집적회로(IC)카드 공급업체 선정 입찰에서, 코나아이 등 6개 카드 제조업체가 담합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위는 14일 IC카드 공급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코나아이, 바이오스마트, 아이씨케이(ICK), 유비벨록스, 옴니시스템, 코나엠 등 6개 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140억 7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코나아이가 35억 66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바이오스마트(34억 1400만원), ICK(32억 6100만원), 유비벨록스(32억 1500만원), 옴니시스템(3억 5900만원), 코나엠(2억 5600만원) 순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6개 사는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신용카드사의 총 20건, 계약금액 2424억원 규모의 카드 공급업체 선정 입찰에서, 미리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청사/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IC카드는 카드 플레이트(판)와 IC칩을 결합해 만드는데, 카드 플레이트는 국내에서 제조시설을 갖추고 인증까지 받은 업체는 코나아이를 비롯한 6개 사가 전부다.
이런 점을 악용, 지난 2015년 1월 코나아이, 유비벨록스, 바이오스마트, ICK 등 4개 사는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모여 국내 신용카드사에 향후 입찰과 관련해 요구할 사항을 합의했다.
4개 사는 '개별 입찰에서 4개사를 모두 낙찰자로 선정할 것', '플레이트와 IC칩에 대해 각각 입찰을 시행하지 않고 두 품목을 묶어 1개의 입찰로 시행하되, 국내에 플레이트 제조시설을 갖춘 업체만 입찰 참가 자격을 줄 것'을 카드사에 요구하기로 했다.
해당 요구사항을 카드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입찰 참가를 거부하자고도 약속했다.
실제로 이들은 2015년 1월 국민카드가 플레이트와 IC칩을 분리해 시행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2번의 유찰 끝에 국민카드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입찰 방식을 변경, 결국 이들 4개 사가 낙찰자로 선정됐으며 1·2차 IC칩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업체들은 3차 입찰에서 배제됐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IC카드 입찰 시장을 독점하게 된 4개 사는 더 나아가, 입찰가격을 미리 공유해 가격 담합도 진행했다.
플레이트 제조 설비가 없는 IC칩 회사들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해, 사업이 점차 악화됐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 사건과 관련, 국내 8개 신용카드사(국민·농협·롯데·비씨·삼성·신한·하나·현대)와 함께 입찰제도 개선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은 국내에 플레이트 제조시설을 보유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나 해외에서 플레이트 공급이 가능할 경우에도 입찰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바꾸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민간 분야에서 장기간 지속된 입찰 담합을 적발해 제재하고, 담합으로 경쟁이 제한된 입찰 시장을 발주사와 함께 개선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