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4년차 직장인 20대 A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주식어플 삭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작한 주식투자에서 최근 같은 하락장은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계속 불어만 가는 손실액에 손절이 답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혹시 내가 팔고 나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차라리 어플을 지우고 잠시 시장에서 멀어질 마음을 먹고 있다.
국내외 증시가 올해 들어 매우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채권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A씨 같은 사례는 사실 국내 개인투자자(개미)들 다수가 공유하고 있다. 국내외 증시가 올해 들어 매우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급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재테크 시장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바로 ‘채권투자’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채권 투자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주식에 비해 안전하다는 점, 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수익률이 예금에 비해 양호하다는 점 등이 재테크의 ‘안전한 중간지대’로 부각을 받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이 지난 15일 9시30분부터 모바일 앱 '엠팝(mPOP)'에서 판매를 시작한 300억원 한도의 특판 채권은 판매 개시 27분 만에 ‘완판’됐다. 회사 측은 평소 채권 매매건수 대비 30배에 달하는 거래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트래픽 기준으로도 전체 금융상품 메뉴에서 채권 매매 트래픽이 82%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증권 회사 측 관계자는 “세전 연 4%에 달하는 선순위 채권이라는 점에서 고객들의 빠른 반응이 있었다”고 정리했다. 최근의 채권 투자 열기가 얼마나 빠르게 ‘대세’로 자리 잡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증권은 올해 들어서 지난 15일까지 3조1000억원어치 채권을 팔았는데, 이는 전년 상반기 대비 80% 넘게 급증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도 비슷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6조34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2조9457억원에 비해 2배 넘게 급증했다. 이 수치는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2조원 미만이었다.
채권의 매력이 부각된 것은 최근 급락장에서 수익률이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낫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기준 KBSTAR 국고채3년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대비 수익률 –2.92%를 기록했다. 아울러 국채선물5년추종 ETF는 -3.44%, 국채선물10년 ETF는 –6.71%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 대비는 손실이지만 주식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성적표다.
이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물론 은행들까지도 채권 판매에 관심을 나타내며 고객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투자자들의 정보력이 보완되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면서 “주식투자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채권이 당분간 부각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