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G 중간 요금제'를 언급하자 통신업계가 즉각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놓은 상품이 이름과는 다르게 '중간'에 못 미쳐 다양한 요금 구간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G 기지국용 MLCC.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삼성전기 제공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구현모 KT 사장·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과 만나 조속히 5G 중간 요금제를 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이 장관은 "국민 필수재인 통신 서비스 접근권을 높이고,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는 이용자 수요에 맞는 5G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G 중간 요금제는 현 정부가 민생 안정 대책 차원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경감해준다는 게 정책의 취지다.
시민 단체들은 "국내 5G 요금제 이용자들이 한 달 평균 사용하는 데이터량은 25GB 내외인데 반해 그간 이통 3사가 사실상 100GB를 넘는 고가의 요금제를 강제한다"며 적정 수준의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오기도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여론을 수렴해 중간 요금제 도입 의지를 굳혔고, 이에 따라 이통업계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다음달부터 데이터 24GB를 5만9000원에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SK텔레콤 기준 100GB짜리 데이터 요금제는 월 이용료가 6만9000원, 250GB는 7만9000원, 무제한은 8만9000원인데 24GB 상품의 가격이 적정하지 않아 '중간 없는 중간 요금제'라는 이유에서다.
10GB 요금제는 5만5000원으로, 24GB 상품 대비 4000원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통신사들이 세부적인 데이터 구간별 요금제를 설계해두지 않아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김용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G 통신 요금제 개편을 통한 소비자 권익 증진' 토론회에서 5G 가입자들의 데이터 사용 중위값은 15GB로 추산된다고 했다. 이는 이용자들 중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헤비 유저를 뺀 나머지를 고려하면 24GB 요금제 신설은 타당하다는 주장과도 연결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해둔 만큼 24GB 요금제를 두는 점에 대해서도 개선 여지가 있다는 비평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통신업은 정부 인가 사업이고, 이통 3사가 거의 비슷한 통신 사업 모델을 유지해 요금제도 비슷한만큼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에게 없는 시장"이라며 "비상식적 가격 체계를 만들어놓고 모객하는 건 소비자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황 교수는 "이통 3사는 조삼모사와 같은 마케팅으로 고객들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한다"며 "과기정통부가 시정 조치를 통해 이통사들로 하여금 현행 요금제를 손 보도록 하고, 다양한 상품을 내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