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튼 프리드만은 1976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다. 그는 통화주의의 대부, 작은 정부론의 기수, 반 케인스학파의 창시자 등으로 불린다. 프리드만은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경제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학자로 손꼽히고 있다. 프리드만은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기에 정부의 재정정책 확대를 반대했다. 『선택할 자유』는 이와 같은 기조로 밀튼 프리드만이 썼던 저서다. 1930~1970년대 케인스적 정책의 허구성을 사실적으로 통렬하게 파헤친 명저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말이 되지 않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진다. 자유경제원은 밀튼 프리드만의 역작 『선택할 자유』의 발간 35주년을 기념하여 토론회를 갖는다. 아래 글은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가 자유경제원이 29일 주최한 <‘선택할 자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복지와 규제, 아직도 살아있는 사회주의 망령
1. 복지만능주의 대한민국에 던지는 프리드만의 통찰력
148만, 990만, 62만.
이 숫자는 특정 키워드로 구글검색을 돌린 검색결과다. 각각 무상복지, 보편적복지, 선별적복지(선택적복지 포함) 등의 단어로 구글검색한 결과다. 무상복지, 보편적복지에 관한 자료가 선별복지보다 18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다.
2015년 대한민국 국민은 복지만능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10년 좌파교육감들의 무상급식 공약으로 촉발된 우리나라 국민들의 복지포퓰리즘 심리는 2012년 총선과 대선 이후 무상복지와 보편적복지의 창궐을 야기했다. 무상복지와 보편적복지의 창궐이 꾀한 것은 정부재정의 악화뿐만이 아니다. 해당 키워드를 언급한 각종 문서와 뉴스 등의 구글 검색결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일명 중산층의 타락이다. 최하위 계층에게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던 복지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표 구걸’로 전락했다.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오십보 백보 정도의 차이로 박근혜와 문재인은 2012년 대선 당시 복지공약 경쟁(복지공약예산 ‘80조’ vs ‘150조’ 선언)을 펼쳤으며, 이는 지금에 와서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누리과정, 무상급식 등에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예산 떠넘기기가 진행 중이다. 공약을 내세웠던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있다. 강원과 전북은 다음 달부터 어린이집 지원을 중단한다. 5월 예산인 9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당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복지공약 경쟁(복지공약예산 ‘80조’ vs ‘150조’ 선언)을 펼쳤다. /사진=연합뉴스 |
다만 학문적으로 보편적복지/무상복지와 선별적복지/선택적복지에 대한 연구는 비등하게 이루어져 있다.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를 통해 제목 및 주제어로 키워드를 입력해서 찾아보면, 보편복지(무상복지 포함)와 선별복지(선택복지 포함)는 각각 192건, 179건이 나온다. 각각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도는 대등하다.
밀튼 프리드만은 역사발전에 있어서 정부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저서 『선택할 자유』를 통해 갈파한다. 프리드만은 재산권을 부정하고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경우 어느 나라이건 결코 번영할 수 없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설명한다.
필자는 정부 정책의 악영향을 다룬 밀튼 프리드만의 문제의식에 초점을 맞추어 정부비대화의 압력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 이제부터 재정지출의 역대 추세 등 정부비대화의 방향에 대해 논한다.
2. 정부 재정지출규모, 미국과 한국
(1) 미국의 재정지출규모
재정지출규모는 정부 역할을 재는 척도로 작용한다. 미국의 경우, 전시를 제외하면 1800년부터 1929년까지 정부지출은 국민소득의 12%를 넘지 못했다. 이중 3분의 2는 주정부 지방정부가 의무교육시설과 운영비 및 도로건설과 유지비에 썼다.
하지만 1933년 이후 미국 정부지출은 국민소득 20% 이하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40여년이 지나 1970년대에 이르러 정부지출은 40%를 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규모는 계속해서 팽창되어 왔다.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의미하는 국유화는 시들해졌지만, 정부 지출규모는 복지를 화두로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이 미국 재정지출규모의 특징이다.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빈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뒤로 사회보장제도 실업보험제도 및 사회보호제도라는 뉴딜정책은 대부분의 계층을 포함할 정도로 확대되었다. 의료보험(Medicaid), 식비보조제도(Food Stamp) 등 기타 정책이 추가되었다. 공공주택건설과 도시재개발사업이 확대되었다.
1953년 설립된 보건교육후생성은 국방비 지출의 5% 미만(20억 달러 연간예산 집행)에 불과했지만, 25년 후인 1978년에는 국방비 총 지출 보다도 1.5배(1600억 달러 집행) 커졌다. 당시 세계에서 이를 능가하는 예산은 미국정부의 총예산과 소련정부의 총예산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밀튼 프리드만은 알렌 윌리스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유화는 명백히 실패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정부비대화의 압력은 여전하다. 비대화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정부 팽창은 복지정책과 규제, 두가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알렌 윌리스가 지적했듯이 사회주의는 아직 살아있다.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지난 백년간 모두 분쇄되었지만 이제는 생산물의 사회화를 추구하고 있다.” |
프리드만의 지적처럼 ‘국유화’라는 단어에 대해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일으킨다. 이는 국가가 직접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개인의 재산권 의식이 초래한 긍정적인 영향이다.
하지만 이에 관하여 미국정부는 전략을 바꾸었다. 사실 정부라기보다는 정부를 운영하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자기이익 추구가 이를 꾀한 것이지만, 어쨌든 (정치권을 포함한) 미국정부는 생산물의 사회화를 추구하고 있다.
복지는 마치 생산물을 나누어 주는 것이 국가가 국민에게 베푸는 호의인 양 국민들로부터 환심을 사는 격이다. 조세라는 이름으로 거두어들인 생산물은 일종의 ‘약탈’이다. 누군가로부터 약탈한 생산물은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진다. 다른 누군가에게 이는 일종의 공짜다. 복지는 조세 약탈을 통한 공짜서비스 살포다.
이러한 ‘생산물의 사회화’에 대해 2010년 이후 한국 국민들은 ‘무상복지’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구체적인 상황은 어떨까.
(2) 한국의 재정지출규모
재정지출규모는 경상지출로 확인된다. 필자는 경상지출과 국내총생산(GDP), 국내총소득(GDI), 국민총소득(GNI)을 비교했다. 각각을 비교해서 도출한 세 가지 수치는 지난 25년간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비교한 수치는 2번째 그림에 나온다.
정부의 재정지출규모인 경상지출은 25년 전만 하더라도 국민소득의 5%였다. 하지만 지금은 20%에 육박한다. 25년 만에 4배로 증가한 수치다. 정부비대화의 압력에 관해서 한국은 미국 못지않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저부담-저복지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 1990~2014년 경상지출, GDP, GDI, GNI(단위: 십억원, 자료출처: KOSIS,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
▲ 1990~2014년 GDP, GDI, GNI 대비 경상지출 비중 (단위: 백분율(%), 자료출처: KOSIS,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
정부 재정지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은 복지다. 6년 전 해도 74조원이던 연간 복지예산은 2015년 115조원으로 늘었다. 2014년을 기준으로 경상지출 대비 복지예산의 비중을 따지면 40%를 넘어섰다. 복지예산은 지난 6년간 7.4%씩 증가해오기도 했다. 이제 복지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출항목이 되었다.
3. 복지에 대한 프리드만의 통찰
복지는 한번 사용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세출항목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 주었다가 빼앗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밀튼 프리드만은 시장원리를 강조한다. 밀튼 프리드만은 저서를 통해 복지국가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꼬집는다. 프리드만은 돈의 쓰임새를 간단히 분류해낸다. 이를 보면 어째서 복지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분명해진다.
돈을 쓸 때, 우리는 자신이나 어떤 타인의 돈을 가져다 쓴다. 그 때 우리는 자신이나 어떤 타인을 위해 돈을 쓴다. 이처럼 두 쌍으로 이루어진 대안의 조합을 구하면 네 가지 가능성이 도출되는데, 이를 다음의 간단한 표로 나타낼 수 있다.
조합 1은 자기 돈을 자기를 위해서 쓰는 경우로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절약하거나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강력한 유인을 지닌다.
조합 2는 자기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경우다. 이는 선물과 같은 경우다. 때로는 절약하려고 할 수 있지만 타인의 기호를 짐작하여 그에 맞추어 돈을 지출한다.
▲ 누가 돈을 내는지 누가 그 돈의 수혜를 입는지에 대하여, 밀튼 프리드만이 저서 『선택할 자유』를 통해 밝힌 ‘경우의 수’ |
조합 3은 남의 돈을 나를 위해 쓰는 경우다. 가령 다른 회사의 접대비로 내가 점심을 얻어먹는 경우다. 이 경우 접대비가 얼마 나오든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으로 인해 급식비를 더 이상 내지 않는 중산층 학부모들이 대표적인 예다.
조합 4는 타인의 돈을 또 다른 타인을 위해 쓰는 경우다. 이 경우 절약하려는 유인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내 돈이 아니고 나를 위해 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얼마가 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수요가 거의 없는 토목사업에 들어가는 정부 돈이 이와 같은 경우다. 이는 각종 복지예산 및 공공예산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해당되는 얘기이기도 하다.
복지는 조합 3과 조합 4에 해당한다. 타인의 돈을 나 혹은 다른 이를 위해 쓴다. 일정 나이 이상을 지난 노인 모두에게 주는 노령연금은 조합 3에 해당한다. 공공임대주택은 조합 4에 해당한다. 정치인 공무원들이 정치적 의사결정/정책 과정에 있어서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는 조합 3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결국 복지지출은 내재적으로 결함을 타고났다. 인간이 어떻게 설계한다 해도 낭비를 막을 수 없다. 이를 프리드만은 위의 간단한 매트릭스 하나로 설명한다.
4. 21세기,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복지는 모순 그 자체다. 가장 현명한 인간이 최고위 결정권자의 자리에 앉더라도 관련된 누군가가 사익을 추구하는 한 복지의 낭비는 언제나 존재한다. 밑 빠진 독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방법은 하나 있다. 밑 빠진 독의 구멍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정부의 비대화를 막아세우는 것이다. 공무원을 구조조정하고 정부 자체를 축소한다. 사회보장제도 규모를 줄인다.
우리는 자발적인 협동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고 유지하는 그런 사회 말이다. 정부는 국민의 공복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정부를 길들일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할 자유를 최대한 누리려면, 정부를 공적 주인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공복으로 삼아야 한다.
복지는 한번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렵다. 복지를 맛보는 만큼 국민들이 타락하기 마련이다. 21세기,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무상복지 폐지와 선별적복지로의 전환이 답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