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의료기기 사업을 낙점하고 너도나도 진출하고 있다.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10년 정도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 산업과 달리 단기간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최근 1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들여 의료기기 기업인 에임을 인수했다. 올해 10월 1일을 기점으로 에임을 완전히 합병해 사업부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에임은 의료기기 용기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주요 고객사로는 SD바이오센서 등이 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2021년 매출이 2020년(965억 원) 대비 73% 늘어난 1669억 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HLB생명과학은 수익원을 확보하고 모회사인 HLB에서 개발 중인 리보세라닙 등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R&D)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나리아바이오의 모회사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최근 의료기기 기업인 세종메디칼의 대 주주 지분 1162만9753주(100%)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내달 29일 잔금 납부를 남겨둔 상태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이번 인수를 통해 세종메디컬의 의료기기 사업과 코로나19를 포함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됐다. 세종메디컬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제넨셀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2020년 2상을 마쳤고, 현재 인플루엔자 치료제로도 개발을 추진 중이다.
SD바이오센서는 최근 SJL파트너스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체외진단기업 메리디언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규모만 2조 원에 달하는 빅딜이다. 메리디안은 미국 신시내티에 기반을 두고 있는 체외진단기 제조·판매 기업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리디안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생산시설을 확보해 현지 생산이 가능해지고,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대한 투자비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자체 개발한 체외진단기기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보물질 도출부터 신약 개발까지 최소 10년 이상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제약 산업과 달리 의료기기 분야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의료기기 전문 기업을 인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체외진단 의료기기와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천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9조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규모이며 지난 5년 간 연평균 성장률은 10%에 달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