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 폐가에서 발견된 시신
지난 5월, 전북 완주군의 인적이 드문 폐가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된다.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로 여행용 가방에 담겨있던 시신. 사망한 여성은 40대 중반의 박은경 씨(가명)였다. 범인은 은경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은경 씨를 이토록 잔혹하게 살해한 걸까.
"캐리어에다 넣어놓고 담요까지 덮어놓으니까 부패가 워낙 심해서 (시신을) 아예 보지 못했어요." - 故 박은경 씨(가명) 유가족 -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범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은경 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동거남 진 씨. 진 씨는 범행 이후 은경 씨의 시신을 폐가 마당에 묻어 은닉할 계획까지 세웠다는데… 남부러운 것 없는 다정한 연인 사이였다던 두 사람. 진 씨는 왜 은경 씨를 살해했을까. 그 날, 진 씨와 은경 씨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살인자의 두 얼굴, 그리고 기묘한 문자 메시지들
이혼의 아픔을 겪은 은경 씨에게 지난 3년간 다정한 배우자가 되어주었다던 진 씨. 은경 씨 가족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진 씨 덕분에 가족들은 더욱 돈독해졌다. 은경 씨의 아버지는 진 씨를 '믿음직한 진 서방'으로, 은경 씨 동생들은 그를 '상냥하고 부드러운 형부'로 기억했다.
그런 그가 은경 씨를 살해한 범인이자, 전과 9범의 범죄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사기꾼 전과자의 모습을 감추고 친절한 매너남으로 변신했던 진 씨. 그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가족들은 사망한 은경 씨의 휴대폰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한다. 그녀가 받은 1200여 건의 기묘한 문자 메시지들 때문이었다. 메시지에는 '장군보살'이라는 무속인이 등장한다. 2020년 8월경부터 시작해, 살해당하기 전까지 매일같이 전해진 장군보살의 조언. 장군보살은 은경 씨에게 문신과 성형을 권유하고, 진 씨와의 성관계 일시와 횟수까지 지시했다.
이 모든 것이 사랑하는 연인 진 씨를 위한 일이라는 말에 은경 씨는 장군보살의 모든 지시를 따랐다. 그 결과, 그녀는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전신에 문신을 새기게 되었고, 잦은 성형으로 얼굴도 확연히 달라지고 말았다. 은경 씨는 왜 장군보살의 말을 따랐던 걸까.
▲ 죽음의 메시지와 또 다른 피해자들
"아주 큰 가방을 두 개를 아주 싼 것으루 사야 되십니다! 주택이 얻어지면 그곳에서 박은경 씨가 깊은 잠에 빠지셔서 부처님과 어머님을 보시게 되신다구 하더라구요^^" - 은경 씨가 받은 문자 메시지 中 -
은경 씨가 사망하기 이틀 전, 장군보살은 '아주 큰 가방 두 개를 사라'는 조언을 전한다. 이 지시에 따라 실제로 가방을 구매한 은경 씨. 그녀는 바로 자신이 준비했던 이 가방 속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장군보살은 진 씨와 범행을 함께 계획한 공범인 걸까. 과연, 진 씨와 장군보살은 어떤 관계인 걸까.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진 씨와 장군보살에 대해 취재하던 중 놀라운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진 씨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에는 숨진 은경 씨가 아닌 다른 여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녀 또한 은경 씨처럼 전신에 문신을 한 모습이었는데…
진 씨의 오래된 지인들은 그가 많은 여성들을 만났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사망한 은경 씨 외에도 진 씨에게 범죄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여성들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 장군보살, 그 뒤에 숨은 진짜 얼굴은…
우선, 제작진은 2016년경 진 씨와 연인 관계였다는 김수영 씨(가명)를 만날 수 있었다. 혹시 그녀도 진 씨에게 피해를 당했던 걸까. 하지만, 수영 씨는 진 씨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진 씨와의 인연을 이어준 사람이 보살이었다고 증언했는데…
진 씨와 교제했던 200여 일간, 숨진 은경 씨의 경우와 똑같이, 둘의 관계에 대해 조언했다는 보살. 진 씨와의 만남을 시작한 것도, 끝낸 것도 모두 보살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했다. 과연, 수영 씨가 기억하는 보살이 장군보살인 걸까.
취재 도중 제작진은 진 씨와 관련된 또 다른 여성, 권 씨(가명)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진 씨에게 1천만 원의 영치금을 넣어줬다는 여성. 심지어 권 씨(가명)는 진 씨에게 월 5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는 렌트 차량을 자신의 명의로 계약해주었다는데…
게다가 그녀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는 후광에 둘러싸인 부처가 있었다. 과연 그녀가 장군보살인 것일까. 오랜 수소문 끝에 만날 수 있었던 권 씨. 그런데 뜻밖에도, 권 씨 또한 보살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여자들과 함께했던 진 씨와 장군보살. 과연, 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오늘(23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진 씨와 장군보살의 실체를 파헤치고, 교묘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농락한 진 씨의 숨겨진 범죄는 없는지 추적한다. 한편, 전문가들과 함께 진 씨의 수법을 분석해 '대리 심리 종속' 범죄의 위험성과 그 처벌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