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 계획서 채택이 28일 결국 무산됐다. 여야가 윤 후보 인사청문회에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류삼영 울산 경찰서장(총경)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과 '자료제출 요구의 건',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하기로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 개의 예정이었다. 그러나 류 총경 증인 채택을 둔 여야 이견으로 30분 늦은 10시 31분에 열렸고 그마저도 27분 만에 정회됐다. 정회 후 여야는 오전 11시30분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날 회의는 무기한 정회될 것으로 보인다.
이채익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경찰과 많은 국민이 경찰국 신설 문제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그 핵심에 (있는) 류삼영 총경을 증인으로 꼭 (채택)했으면 하는데, 여당은 합당한 사유와 대안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굉장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경찰국 설치가 떳떳하다면 우리 여당의 증인·참고인 채택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증인채택 문제로 시간을 끌다가 8월8일 이후 청장 임명을 강행하려는 꼼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경찰국이란 이슈를 인사청문회에서 다룰 수 있지만 그 자리는 엄연히 후보자 검증을 위한 자리"라며 "경찰청장이 경찰국 신설을 주도한 것도 아니고 (류 총경이) 그동안 많은 의견을 피력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국회(임시회) 제1차 행정안전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이 의원은 "그럼에도 야당에서 불법적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경찰국 신설을 노골적으로 반대해왔던 특정인을 증인으로 해야만 인사청문회가 열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특정인의 문제를 가지고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달라"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들은 정회 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증인인 류삼영 총경을 인사청문회에 출석시켜야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합당한 사유와 대안 없이 반대만 외치고 있다"라며 "류삼영 증인이 없는 인사청문회는 짜고치는 쇼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경찰국 신설에 떳떳하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며 "증인채택 문제로 시간을 끌다가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하려는 꼼수라면 즉각 포기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촉구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법 제9조에 의해 8월8일까지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라며 "국민의힘은 류삼영 증인에 대한 출석요구서가 채택될 수 있도록 오늘 중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여야가 증인 채택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 가면서 이날 정회한 회의가 속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야 간사는 증인 채택 건에 대한 협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류 총장의 증인 채택 관련 여야 간 줄다리기가 29일 넘길 경우, 내달 4일로 잠정 합의한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 날짜가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