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SPC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직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속한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법원이 인정했음에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소속 노조(이하 민노총 화섬노조)는 반발을 굽히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18년1월1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12층 루나미엘레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사 상생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PC그룹 제공
29일 민노총 화섬노조 제빵기사들은 파리바게뜨가 2018년 마련한 사회적 합의 사항 중 대부분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노총 화섬노조를 지지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가 이들을 대변한다.
파리바게뜨 측은 민노총 화섬노조가 '협조하지 않은' 사항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항목은 모두 이행했다고 반박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근로 감독을 통해 협력업체 소속이었던 제빵·카페 기사 5000여 명을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자회사 피비파트너스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했다. 제빵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측과 노조, 가맹점, 시민단체, 정당 등 8곳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현재 사측이 민노총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합의 사안은 '본사와 동일 수준 임금 보장'이다.
파리바게뜨에 따르면 이미 1~3년차 직원들의 연봉 수준을 평균 100% 이상으로 맞췄다. 6년차까지도 평균 99% 수준으로 맞췄다.
제빵기사 급여의 70%를 부담하는 일선 가맹점주들도 제빵기사 임금 인상을 위해 지난 4년간 임금을 40% 이상 올렸다. 본사 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나 마찬가지인 가맹점주들도 제빵기사 대우를 동종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힘썼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도 파리크라상이 노조를 상대로 낸 불법천막 철거 및 시위 문구 사용 금지 판결에서 사회적 합의가 충실히 이행된 것으로 판단했다.
교섭대표 복수노조로 파리비게뜨 전체 제빵기사 5000명 가운데 4000여 명으로 이뤄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노총)소속 기사들도 민노총 화섬노조 기사들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교섭대표 노조인 한노총 소속 제빵기사들은 성명서를 통해 "4차례 단체교섭을 통해 기본금 인상, 복리후생 증대, 모성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설을 이끌어냈고, 이로써 이직률과 사직률이 크게 낮아졌다"며 그간의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노총 화섬노조는 당시의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SPC그룹 본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노총과 가맹점주,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잘 이행됐다고 평가한 합의 내용에도 '나홀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사회적 합의 이행을 두고 민노총과 한노총 간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 주재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파리바게뜨와 민주노총 화섬노조는 사회적 합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에 한노총 소속 PB파트너즈 노조가 지난 27일 회사로 공문을 보내고 항의했다.
PB파트너즈 노조는 공문에서 “교섭대표노조인 우리와 협의 없이 이뤄진 이러한 행위(간담회)를 일종의 '교섭'으로 간주하고 우리 노동조합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처사로서 판단한다”며, “소수노조와의 교섭을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전했다.
전진욱 PB파트너즈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일전에도 대표노조의 동의 없이 민주노총 측과 밀실야합을 시도하더니, 이번에는 정치권까지 합세해 대표노조를 무시하고 있다”며, “대표노조의 동의 없이는 그 어떤 교섭과 합의도 이뤄질 수 없으며, 이를 간과한다면 4000여 명 노조원들이 강력한 응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욱 위원장은 또 “전체 5000명 중 4200명의 제빵기사들은 사회적합의가 잘 이행됐다고 생각하고, 노조와 회사가 상생협력해 노동환경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의견인데, 200명(민노총 화섬노조 소속)에 불과한 소수가 사회적합의 이행을 검증하자는 억지 주장은 들어줄 가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회사와 민주노총 측이 다시 대화에 나선 만큼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또다른 합의 주체들인 한국노총과 가맹점주협의회가 함께 참여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