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빚을 내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 금액이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신용거래융자액은 최근 재차 늘어나며 증시 리스크로 재부각 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저신용 청년들에 대한 채무 이자를 일부 탕감해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 잘못된 시그널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빚을 내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 금액이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앞 황소상. /사진=김상문 기자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잠시 주춤했던 신용거래융자가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28일을 기준으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일 대비 812억원 증가한 18조4626억원으로 집계됐다. 무려 9거래일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시장이 436억원 증가한 9조7479억원, 코스닥 시장은 375억원 증가한 8조7147억원으로 나타났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것을 지칭한다. 이 자금이 늘고 있다는 것은 빚을 내서 주식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다시금 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난 4월 말 22조2600억원에서 5월말 21조5600억원으로 줄고 6월말엔 17조8700억원까지 떨어졌던 신용거래융자액은 3개월 만에 다시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지난 29일 코스피 지수가 2450선을 회복하는 등 국내외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신용융자 규모가 국내 증시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빚투에 나선 투자 규모가 늘어날 경우, 또 다시 하락장이 찾아왔을 때 대규모 반대매매가 안 그래도 떨어진 주가에 또 다른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 이번 하락장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 가운데 질적 측면에서 이번 빚투의 증가세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결이라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 서울회생법원이 ‘빚투’ 손실금을 변제금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마치 정부와 법원이 가상자산(코인)이나 주식투자로 생긴 빚을 변제해 주겠다는 의미처럼 오해를 산 부분도 있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세금으로 코인 빚을 갚으려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투자에 실패해도 정부가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신용융자 규모가 정확히 지난달 28일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점이 눈에 띈다.
뒤이어 지난 14일 정부가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발표해 빚투족 이자 최대 50% 감면, 저금리 혜택 제공 등의 정책을 발표하자 신용융자 증가에도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게 하락한 원인이 빚투와 관련이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