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경우 경제 전반에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은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세를 다소 꺾더라도 금리를 올려 '물가안정'을 최우선에 둔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2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25일 금통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기존 연 2.25%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물가와 성장 흐름이 현재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연 2.75~3.00%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8월 금통위를 포함한 올해 3차례의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2~3차례 인상할 것이란 예상인데, 한은도 이 같은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 기대수준"으로 평가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끌어올리는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의 연이은 긴축 배경엔 최근 물가상승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인상해 우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6%대를 넘어섰고, 증가속도가 상반기 수준을 유지할 경우 7%대도 넘어설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로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와 임금간 상화작용이 강화돼 고물가가 고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에 이어 6%대를 나타냈다"며 "앞으로도 6%를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1년간 물가흐름을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지난달 4.7%까지 올라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원자재가격 상승 등 공급측 요인뿐 아니라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면서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총재도 전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당분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를 잡지 못하면 국민의 실질소득이 더 떨어지고, 나중에 이를 잡으려면 더 큰 비용이 수반된다"며 "거시적인 측면에서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폭과 관련해선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2~3개월 지속된 이후 조금씩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 같은 기조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날 경우, 금리 인상 폭과 크기를 그때 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