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국의 근로시간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했을 때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황에 따라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진국들과 달리 일(日)과 주(週)를 모두 규제해 유연하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간 근로시간 제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일과 1주 단위로 겹겹이 규제하고 있고,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도 가장 짧으며, 다양한 근로시간 적용 예외 제도가 부재해 경직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에 걸린 전경련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한국의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 이중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영국은 1주의 근로시간만, 독일은 1일의 근로시간만 제한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연장근로시간도 한국은 주 단위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연장근로 제한이 없고, 일본과 프랑스는 월 또는 년 기준으로 규정해 일시적으로 업무가 증가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연장근로수당도 한국이 G5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은 50% 수준이나, 일본과 프랑스는 25%~50%이며, 독일과 영국은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특정 기간에 업무량이 몰릴 때 활용할 수 있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 단위기간도 G5와 비교 시 가장 짧았다. 탄력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은 한국이 최대 6개월인 반면, 미국·일본·독일·영국은 1년, 프랑스는 3년까지 가능하다.
선택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도 한국은 원칙적으로 1개월(신상품,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만 3개월)까지 가능한 반면, 일본은 3개월, 미국·독일·영국·프랑스는 노사 간 합의에 따라 기간을 정할 수 있어 한국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전경련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에서는 한국에 없는 다양한 근로시간 규제 예외 제도를 둬 각 업무 특성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업무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근로시간 규제를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고도프로페셔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에는 연장근로시간을 자신의 계좌에 저축하고 휴가나 휴식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꺼내 쓰는 근로시간계좌제가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경기변동과 외부 수요에 맞춰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근로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018년 기준 500인 이상 사업장 85%가 도입 중이다.
또한, 독일은 업무가 있을 때마다 근로자를 호출해 일을 시키는 호출유연근로 제도도 있으며, 2017년 기준 전체근로자 중 15.3%가 이에 해당할 정도로 활용률이 높다.
영국에서도 독일의 호출유연근로 제도와 유사한 0시간근로계약이 있다.
이는 사용자 필요에 따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간호사, 교사, 행정업무, 청소근로자, 아이돌봄 등 다양한 직종에서 활용 중이다. 이러한 근로계약 제도는 독일과 영국 외에도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수준도 한국이 G5대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근로시간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미국은 처벌 규정이 아예 없고, 프랑스는 벌금형만 부과, 독일은 원칙적으로 벌금형이나 근로시간 규제를 고의·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에만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전경련은 한국이 G5보다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므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현재 우리의 근로시간 제도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근무방식에 적합한 것으로 창의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 낡은 틀”이라며 “향후 우리도 선진국들의 근로시간 제도를 참고해 근로시간 유연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