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중 갈등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양국 사이에 끼어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중 갈등은 수년 간 지속돼온 것으로 미국이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세계 패권 경쟁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때문에 이 같은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 정부의 외교력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재 대상이 중국 기업이 아닌 중국에 위치한 생산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위기감이 고조되는 미-중간의 갈등으로 인해 국내 전자업계에도 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왼쪽)과 SK 사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보유 중이다. 따라서 제재 조치가 시행되면 양사 모두 중국 공장으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들여올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제재가 국내 기업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일시적으로는 피해를 볼 수 있지만, 길게 봤을 때 미국이 중국 기업을 견제해줌으로써 중국의 반도체 발전 속도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중 갈등이 다시금 불거지면서 우리 정부가 입장 정리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블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는 정부의 외교력을 요하는 부분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 군사 동맹국을 포함해 미국의 동맹에 준하는 우호국들과 미국의 GDP 총합은 세계 GDP의 65.83%에 달한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서 이탈하는 것은 손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가 넓고 깊어 단시간에 탈중국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중국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대만에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인재 양성, 연구·개발(R&D) 등을 논의하자는 취지의 ‘칩4’를 제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직 세부 내용과 형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제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기술동맹’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일본과 대만은 ‘칩4’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우리 정부는 8월 안에 참여 여부를 확정지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계에서는 칩4에 참여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양국 모두 중요한 시장”이라면서도 “득실을 따져보았을 때 미국이 제안한 칩4가 주는 이득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란한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 같은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정부의 외교력을 높이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