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제 유가가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가운데, 원가 부담을 덜게 된 석유·화학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는 정제 마진이 줄고, 횡재세 논란까지 일고 있어 한숨을 내쉬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 석유 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두바이유·서부 텍사스유·북해산 브렌트유는 각각 배럴당 93.75달러, 89.01달러, 94.9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130달러 수준이던 것에 비하면 고꾸라진 셈이다. 유가 하락세를 두고 정유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 총계는 9조4088억 원이다. 그러나 정유업계에는 고유가 시대의 마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실적 호조세에 기업 공개(IPO)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으나 시황 부진을 이유로 철회하기도 했다. 또한 정제 마진은 지난 6월 배럴당 24달러대였으나 1개월 새 9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정제 손익 분기점은 5달러라는 게 업계 중론이나, 지난달 25일에는 연중 최저치인 0.83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국내외에서 초과 이윤에 세금을 부과하자며 '횡재세' 도입을 시사하고 있어 정유업계는 노심초사 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유 4사·대한석유협회와 '고유가 국민 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를 개최해 상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정유사 이익이 과도하기 때문에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공장 전경./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한편 줄줄이 적자나 실적 부진을 기록하던 석유·화학업계에는 조금씩 화색이 돌고 있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 가격 하락에 원가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석화업계는 정유 기업들로부터 납사를 공급받아 방향족·에틸렌 등 기초 유분·합성 수지를 생산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납사 가격은 올해 7월 기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5% 올랐다"면서도 "올해 상반기에 큰 폭으로 올랐다가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납사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석유화학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일부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석화업계는 지난해 대비 실적 악화세가 뚜렷한 만큼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영업적자 214억 원을 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원료 가격이 오른 탓에 수요가 줄었고, 업황이 악화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 제품 판매를 늘려 수익성 방어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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