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빅파마에서 상용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의 백신과 치료제가 있음에도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지속하는 이유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빅파마들이 선점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시장 속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중·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유코백'을 개발 중이다. 유코백은 단백질 재조합 백신으로 노바백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방식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오는 4분기에 유코백의 글로벌 임상 3상 중간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 아프리카 콩고에서 4000명 필리핀에서 40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유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임상1·2상 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임상 2상 중간 확인 결과에 따르면 유코백 고용량군 2회 접종완료자는 3주 뒤 중화항체가가 백신 투여 이전 보다 약 26.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유코백을 국내용 보다 해외 수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임상 3상을 진행한 콩고와 필리핀을 중심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구가 많고 중저소득 국가인 필리핀과 콩고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추후 인접 국가로 늘려갈 것이다"고 말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이를 위해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출용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르면 연내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진원생명과학은 DNA 방식으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GLS-5310'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백신의 높은 접종률로 임상 2a상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대상자를 축소하고, 부스터샷 전용 백신으로 임상 2b·3상을 신청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 부스터샷 임상 1상을 위한 첫 투여가 시작됐으며 이날 대상자 69명 전체 등록이 완료됐다. 진원생명과학은 임상 1상 중간결과를 활용해 빠르면 하반기 내 부스터샷 전용 임상 2b·3상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넨셀은 최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 국내 임상 2·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임상에서는 후보물질 'ES16001'의 용량 및 유효성을 검증하게 된다. 2상에 참여하는 피험자는 총 424명이다. 이 밖에도 러시아와 인도에서도 임상을 준비 중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임상 2상을 마친 후 긴급사용승인이나 조건부 허가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월 제넨셀은 아랍에미리트(UAE) 오르디파마와 ES16001 판권 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중동 지역과 터키 지역에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를 공급하게 된다. 오르디파마가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등 빅파마들의 치료제 대신 제넨셀의 ES16001을 선택한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넨셀 관계자는 "높은 약값으로 치료제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저개발 국가들이 많다"며 "우리는 전략적으로 빅파마들의 치료제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코로나19 치료제를 공동개발 중이다. 당초 일동제약은 시오노기제약이 자국에서 시판승인을 받으면 국내 허가를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전략을 수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달 약사분과회와 의약품 제2부회의 합동회의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논의한 결과, '계속 심의'하기로 하고 승인을 보류했다.
이 밖에도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야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상황 속에서 부작용이 개선된 백신과 치료제 등 의료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옵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게 중요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국가 임상에서 좋은 결과만 나온다면 저개발국 중심으로 수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