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직 국민과 현장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9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밝힌 키워드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휴가기간 전후로 국정운영 긍정평가(지지도)가 20%대까지 떨어지면서 국정운영 동력을 상당부분 잃어버린 상태다.
이번 국무회의 자리는 취임 석달만에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쳐 국정 동력을 삼을지 주목되는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당초 국무회의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려고 했으나, 전날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인적·물적 피해가 상당하자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었다.
8월 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 내각과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들과 함께 국무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에서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열심히 뛰었다"며 "민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제를 정상화하고, 원전 산업을 다시 살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 건전성 확보, 공공부문 개혁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며 "많은 국민들께서 새 정부의 더 빠르고 더 큰 변화와 삶에 와닿는 혁신을 원하고 계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어 "휴가기간 동안 정치를 시작 한 후 한 1년 여의 시간을 되돌아 봤다"며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깊게 새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 숨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잘 살피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끊임없이 국민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국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탁상 공론이 아니라 현장 목소리를 적극 귀 기울이고 반영해서 정책이 현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사전 검토와 고려를 해야 한다"며 "모든 것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앞으로도 꼼꼼하게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국민의 고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 가능폭을 확대하고 근로자 비과세 한도를 19년 만에 2배로 올리는 내용의 법률 공포안 3건을 의결했다.
여야 협치로 신속히 처리한 것이지만 이를 주도한 것은 윤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부총리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에 대해 "지난 7월 20일 출범한 국회 민생 특위를 시작으로 8월 2일 본회의 의결까지 여야 협치로 신속히 처리해 주신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또다른 키워드는 바로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이다.
윤 대통령은 "미성년자의 빚 대물림을 막기 위해 성년이 된 이후 미성년자에게 스스로 한정 승인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민법 개정안도 상정된다"며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튼튼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더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집중호우 대처와 관련해 "무엇보다 인재로 목숨 잃는 일 없어야 한다"며 "관계 부처는 신속한 복구와 피해지원 그리고 주거 안전에 문제 있는 주거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 안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재산과 생명보다 소중한 게 어디있겠냐"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아달라"고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2주 전 일선 현장의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없이 섣부르게 나왔던 교육부 학제개편안은 결국 주무부처 책임자인 교육부 장관의 사퇴로 끝을 맺었다.
여론의 철퇴를 맞은 윤 대통령 입장에서 당분간은 국민 뜻에 부합한 민생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국무회의에서도 나온 주요 추진 정책은 그 정책 수혜가 대다수의 일반 국민과 미성년자 등 취약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8일 뒤면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 대통령이 또 어떤 정책을 내놓아 국민에게 다가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