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가 조세·임금·인력수급 등 불리한 상황에서 대만 TSMC와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 선진업체 수준의 인프라 지원,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도체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최소한 해외 선진업체 수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인력양성 등에 대한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10일 주장했다.
최근 세계 주요국은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원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52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고, EU도 2030년까지 공공․민간투자 430억 유로(약 56조 원) ‘EU 반도체 지원법’을 논의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자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총 투자비의 40%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1분기 기준 TSMC는 매출 175억2900만 달러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위(53.6%)를 차지했다. 이는 시장점유율 2위 삼성전자(16.3%)의 매출 53억2800억 달러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인력규모도 TSMC 임직원수가 6만5152명인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임직원수 6만3902명 중 파운드리 사업부 소속은 약 2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회사규모 뿐 아니라, 조세, 투자 인센티브, 인건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TSMC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우선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대만 20%에 비해 5%포인트 높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율을 22%로 인하하겠다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와 TSMC 간 법인세 격차는 감소(5%포인트→2%포인트)하겠지만, 여전히 삼성전자가 불리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TSMC는 연구개발(R&D) 투자 15% 세액공제, 패키지 공정 비용의 40% 지원, 반도체 인력육성에 대한 보조금 등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R&D 투자 2% 및 시설투자 1%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아 R&D 및 시설투자에 있어 불리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 반도체 지원법인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R&D 비용(2% → 30∼40%) 및 시설투자(1% → 6%)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인상될 예정이다.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2% 추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가 R&D 및 시설투자에 있어서는 유리한 위치에 놓일 전망이다.
전기, 용수 등 인프라 측면에서 대만 전기요금(134.2원)은 한국(110.5원)보다 다소 높고, 대만 수도요금(486원)은 세계 최저수준으로 한국(719원)보다 낮았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88로(2021년 10월 기준)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다.
2021년 기준 삼성전자의 평균임금은 약 1억4400만 원으로 TSMC(약 9500만 원)에 비해 4900만원 높게 나타났다. 또 대만이 반도체 학과 등 매년 1만명의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반도체 인력은 1400명으로 인력수급에서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 정부는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방안’을 발표해, 10년간 15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반도체 인력 부족 현상이 개선될 수 있으나, 당분간 삼성전자의 인력수급은 TSMC에 비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정부의 산업정책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기업과 국가의 연합 경쟁 구조가 됐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에 있어서 기업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기업들이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외 선진업체 수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인력양성 등에 대한 지원 및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