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우리정부의 ‘칩4’ 예비회의 참석을 공식 통보했다.
박 장관은 이날 중국 산둥성 칭다오 소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만나 우리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협력체인 칩4(Chip4 또는 Fab4·미국 한국 일본 대만 참여)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칩4 예비회담 참석에 대해 “순전히 우리국익에 따라 판단한 것이며, 특정국가를 배제하거나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정부는 유사한 문제 등과 관련해서 전적으로 국익에 기초해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천명했다고 한다.
이에 왕이 부장은 “한국측 설명대로 순수하게 국익에 기초해서 판단한 것이라는 설명을 경청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측이 적절하게 판단해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을 전해졌다.
중국은 그동안 칩4 출범은 물론 한국의 참여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만큼 이번 왕이 부장의 발언으로 변화 기류를 감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한국이 부득이하게 칩4에 합류해야 한다면 한국이 균형을 잡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지난 5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하는 과정에서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으나 지금은 잠잠해진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IPEF에 창립멤버로 참여한 상태로 이와 관련해 “초기 단계부터 룰 메이커(Rule Maker)로 참여해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외교부는 이번 한중외교장관회담의 소인수회담에서 칩4를 비롯해 북한 비핵화 추진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 사드 등 외교안보 관심 사항이 의제에 올랐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기 위해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2.8.9./사진=외교부
박 장관은 이번에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아직까지 대면 협의가 없었던 한중 북핵수석대표간 대면 회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국측은 우리 신정부의 대북정책 및 북한 상황에 대한 공유 내용을 경청했으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서 가능한 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국측이 보여왔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면서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유관 각국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혀 북한 문제에 대해서 이전과 유사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반도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관련한 ‘사드 3불’에 대해 외교부는 “양국 외교장관이 모두 깊이 있게 각자의 사드 관련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며 “동시에 중국측이나 한국측 모두 이 문제가 향후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우리정부는 그동안 사드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수단이며, 우리의 안보주권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한 박 장관은 최근 소위 ‘사드 3불은 합의나 약속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 밖에 외교부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 장관은 양국의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한중 미래발전을 위한 공동행동계획’을 제안했으며, 양 장관은 추후 후속 협의 및 검토를 거쳐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 장관은 상호 편리한 시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기대한다고 밝히고, 연내 왕이 부장의 방한도 초청했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 초청을 중시하고 있다. 계속해서 외교당국간 소통과 조율을 해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번에 양 장관은 지난 7월 재개된 한중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가속화시켜나가는 동시에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역내 다자협의체 관련 소통 및 협력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또 21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 실현 및 미세먼지·기후변화 관련 협력도 심화시켜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