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소송 2심에서 패소한 금융감독원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으나, 2심 법원이 금감원의 '금융사 내부통제'와 관련된 제재 정당성을 일부 인정함에 따라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관련 법리를 명확하게 확립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결과에 따라 현재 사모펀드 사태로 징계를 받는 다른 금융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제재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7월 5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손 회장 등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 경고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2심 판결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정오까지 상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20년 DLF 사태와 관련해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지난 2019년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과 영국, 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금감원은 당시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하게 판매했다"며 "경영진이 주주 등을 보호하기 위한 내부통제 기준을 실효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곧바로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금감원은 상고 결정에 대해 "개별 소송 건에 대한 대응 차원을 넘어 향후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반의 내부통제 수준을 높여 나가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적립하기 차원이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배구조법에 의한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보다 실효성 있고, 일관성 있게 운영하기 집행·운영하기 위해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통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설명에 따르면 우리은행 관련 2심 법원은 1심 법원과는 달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제1항 [별표2]의 '내부통제 기준 설정·운영기준'을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 판단 기준으로 인정했다. 이 같은 점에 비춰 볼 때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을 통해 내부통제 관련 법리를 명확하게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의 상고 결정에 대해 우리금융은 "상고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고와 별개로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취약차주 지원 등 국가 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금융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협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상고를 결정함에 따라 대법원 결과에 따라 사모펀드 사태로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를 앞둔 CEO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DLF 소송이 진행중이며, 이외에도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은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 관련해선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지난해 3월 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다.
금융권에선 이번 법원 판결을 두고 금융당국이 당초 무리한 징계를 내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국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글로벌 복합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금융사와 날을 세우기보다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을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